삼성 외국인투수 콜린 벨레스터(30)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구단은 속이 타고, 류중일 감독도 실망감을 숨기지 않는다. 아직은 4월 중순, 이른감이 있지만 B플랜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향후 2~3경기 결과가 벨레스터의 한국생활 유지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벨레스터는 지난 15일 두산전에서 4⅔이닝 7피안타 1탈삼진 5볼넷 6실점했다. 올시즌 3차례 선발등판에서 3전전패 평균자책점 8.03이다. 외국인투수가 아니라 국내선수였으면 세번째 등판기회는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올시즌 총액 50만달러에 영입, '가격대비 성능'에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까지는 성과 제로다.
벨레스터의 현상태는 심각하다.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임기응변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벨레스터는 빠른볼 투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을 버텼고(통산 8승17패 평균자책점 5.47), 150㎞대 초중반 강속구를 뿌렸다. 커브의 낙폭도 컸다.
문제는 제구다. 원하는대로 볼이 들어가지 않으니 스피드를 줄이고 제구 위주로 던진다. 힘을 빼고 던져도 볼이 너무 많다. 3경기 12⅓이닝 동안 볼넷이 무려 12개. 매이닝 볼넷이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데 급급하다보니 안타허용은 20개나 된다. 이미 시범경기부터 걱정이 컸다. 무실점을 해도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많고, 전체적으로 볼이 높게 형성되는 등 불안감이 상당했다.
류중일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다. 능력이 있는 선수인데 자신의 볼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자신감 있게 100% 힘으로 던지면 볼이 된다. 빠른볼과 커브를 보고 영입했는데 그 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벨레스터는 팀내 입지가 약한 편이다. 고액연봉 외국인 투수도 아니고, 팀사정도 마냥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 부상선수가 속출하고 지난해까지는 선발야구를 했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장원삼과 차우찬까지 연이어 다치고 다섯번째 선발은 매번 바뀐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퇴출시킨 뒤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영입할 수 밖에 없다. 삼성 구단은 좀더 기회를 준다는 입장이지만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해 한화는 로저스를 8월에 데려와 재미를 봤다. 강력한 존재감으로 로저스는 올시즌 역대 외국인최고액(190만달러)에 재계약을 했다. 올시즌 초반 부상(구단측 설명)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대체용병의 훌륭한 예중 하나다. 지난해 6월에 찰리 대신 스튜어트를 데려온 NC도 빠른 판단이 주효했다. 스튜어트는 지난해 8승2패 평균자책점 2.68로 활약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잘 던졌다. SK도 밴와트를 시즌중 데려와 재미를 본적이 있다. 구단은 늘 최악에 대비한다. 교체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다. 벨레스터가 4월중으로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짐을 쌀 수 밖에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