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르노삼성의 SM6에 대해 일부 소비자가 결함 문제를 제기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후진 기어를 넣었는데 앞으로 나가는 '후진 기어시 전진' 현상이 발생해 사고가 날 뻔 했다는 것. 특히 최근 인터넷게시판에 한 SM6 소유자가 올린 '후진 기어시 전진' 블랙박스 동영상은 영상이 공개된 지 2주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조회수가 5500여건에 이를 정도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결함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저속 주행시 심하게 요동치는 '꿀렁임' 현상 때문에 상당수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논란에 휩싸이면서 중형차시장에서 기아자동차의 K5를 제치고 판매 2위에 올라선 SM6가 인기몰이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후진 기어시 전진' 겪어보면 경악
최근 한 인터넷 카페의 게시판에 '후진 기어시 전진'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온라인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상은 SM6를 소유한 한 대학생의 블랙박스에 찍힌 것이다. 차량의 앞면과 후면에서 각각 촬영된 영상은 차량 소유주가 후진 기어를 넣고 주차된 차량을 꺼내려고 했지만 차량은 오히려 전진을 해 자칫 앞 차량에 부딪힐 뻔한 아슬아슬한 장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게시물을 올린 대학생은 "전 그냥 평범한 학생이고 블랙박스를 조작할 능력도 없다. 만약 제가 조작하거나 없었던 사실을 지어내는 것이라면 법적으로 처벌받아도 상관없다"라며 "후진기어시 전진된 상황이 5분 주기로 연달아 일어나서 그후에 녹화를 하려고 여러 번 시도해봤으나 정상적으로 작동이 됐다"고 당시의 상황을 적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후진 기어시 전진' 현상을 겪은 운전자가 동영상을 올린 대학생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게시판에는 며칠 뒤 "저도 오늘 경험했네요. 후진 기어 놓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는데 앞으로 가더라고요. 자주 그러는 게 아니고 오늘 두 번 경험했습니다"라는 글이 추가로 올라왔다.
'후진 기어시 전진'이라는 이상 증상과 관련해 르노삼성 측은 신중한 반응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블랙박스 동영상과 사건의 진위에 대해 파악 중"이라며 "차량의 앞뒤만 보이는 영상으로는 사실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역시 추가로 같은 현상을 경험했다는 온라인 글의 진술만으로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속시 '꿀렁임'도 불만…'제2의 수타페' 경계해야
SM6의 결함을 의심하는 내용은 '후진 기어시 전진'이 전부가 아니다. 일부 운전자는 SM6가 저속 주행에서 차가 심하게 요동치는 일명 '꿀렁임' 현상이 발생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SM6 결함 공유 게시판에 한 네티즌은 "차량을 인수 받은 지 4일 지났는데 둘째 날부터 시동을 켜고 신호대기 D에서 계속되는 꿀렁임이 아닌 약 3초에 한번 꼴로 '간헐적인 꿀렁임'이 있다"며 "그 꿀렁임이란 시트와 룸미러, 핸들까지 함께 움직이는 동승객 누구나 느끼고 있는 '꿀렁임'이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꿀렁임 증상 역시 같은 경험을 호소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어 결코 무시하고 넘어갈 사항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측은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르노삼성 측은 "DCT(듀얼클러치변속기) 특성상 다소의 꿀렁임이 있을 수 있다"며 "운전을 방해할 정도로 거슬리는 현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직영사업소에서 조사를 받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SM6의 초반 판매 성적은 '열풍'이라고 표현해도 무난할 정도로 좋다. 지난달 출시된 이후 6751대가 팔려, 중형차 시장 부동의 1위인 쏘나타의 지난달 판매대수인 7053대를 턱 밑까지 바짝 추격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의 결함 논란이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신차가 출시되고 구입자들의 초반 평가는 이후 해당 차량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현대차 산타페MD의 경우 새 차인데도 비만 오면 비가 샌다고 해서 '수(水)타페'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당연히 산타페MD를 구입하려던 소비자들은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SM6에게 있어 '후진 기어시 전진'과 '저속 꿀렁임' 현상은 그저 무시하고 넘어갈 소비자 불만 사항이 아니다. 당장에 소비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SM6가 '제2의 수타페'가 되지말라는 법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출시 첫 달의 좋은 성적에 취해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다음달 성적표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특히 다음 달이면 한국GM이 중형차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신형 말리부 출시를 앞두고 있어 SM6는 더욱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