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박석민은 삼성 시절부터 '그라운드의 개그맨'으로 통했다. 몸동작이 크고, 표정이 우스꽝스럽다. 동료들과의 장난도 다양하다. 평범하게 잡고, 평범하게 송구해도 관중석에선 폭소가 터져나왔다.
NC는 지난해말 박석민을 영입하며 60만 관중 돌파 목표를 발표했다. 경기력 뿐만 아니라 박석민 특유의 신바람에 거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박석민은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양팀 선수단 뿐만 아니라 관중, 심판진까지 당황시켰다. 5번 박석민은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무사 1루. 이후 6번 조영훈의 1루 땅볼이 나왔다. 삼성 1루수 구자욱이 바운드된 볼을 재빨리 잡아 2루로 뿌렸다. 이순간 박석민은 당연히 포스아웃. 유격수 김상수는 1루로 볼을 뿌려 타자주자도 잡았다. 조영훈도 아웃. 이때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박석민은 2루행이 늦었다고 판단되자 1루로 태연스럽게 돌아가 베이스 위에 떡 하니 섰다. 맨먼저 당황한 이는 타자주자 조영훈이었다. 조영훈이 덕아웃으로 돌아간 뒤에도 박석민은 잠시 1루 베이스에 머물렀다. 김병주 주심이 박석민에게 빨리 덕아웃으로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자 그제서야 박석민은 깜짝 놀라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유격수 김상수도 박석민이 2루로 뛰다 1루로 돌아가자 잠시 멈칫하다 1루에 송구했다. 옆에 있던 구자욱도 어리둥절해 했다.
조영훈의 타구가 그라운드 안에 떨어지는 순간 박석민은 무조건 2루로 뛰었어야 했다. 1루는 타자주자에게 우선권이 있다. 수십년간 야구하는 프로선수들이지만 순간적으로 룰을 착각하거나, 볼카운트나 아웃카운트를 헷갈릴 때도 있다. 누구에게나 나올 수 있는 해프닝이지만 그 주인공이 박석민이었기에 웃음은 더욱 컸다. 대구=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