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최강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는 언제 부활할까. 지난해 KBO리그 사상 첫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 테임즈는 올시즌을 앞두고 내친김에 "50홈런-50도루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공수표로 받아들인 이는 드물었다. 만화같은 야구가 테임즈라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리그 MVP의 자존심은 시즌 초반 흔들리고 있다. 테임즈는 13일 현재 타율 0.235 1홈런 6타점을 기록중이다. 테임즈답지 않은 성적이다.
13일 삼성전에서 김경문 NC 감독은 테임즈를 지명타자로 출전시켰다. 조영훈에게 1루 수비를 맡겼다. 삼성 선발은 왼손 차우찬, 조영훈은 좌타자다. 조영훈이 재능있는 타자이고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지만 사실 테임즈의 방망이 부활에 좀더 무게가 실린 라인업 구성이었다. 체력을 아껴 홀가분하게 공격에만 신경쓰라는 배려였다. 이날 테임즈는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1회초 좌측 펜스 상단을 직격해 타구가 펜스 구조물에 끼지 않았다면 타점 1개를 더 올릴 수도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테임즈에게 좀더 시간을 주기로 했다. 지켜보는 것이다. 김 감독은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이다. 표정이 살짝 굳은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상대가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드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높은 볼에 약점이 있다면 이 또한 극복해야 한다. 선수는 어제, 지난 시즌 잘한 것을 기억하지만 감독은 오늘 잘 할수있는 선수가 우선이다. 테임즈 본인도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잘 극복해 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테임즈는 지난해 홈런(47) 타점(140)도 대단했지만 기록적인 타율(0.381)로 눈길을 끌었다. 5할에 가까운 출루율(0.497)은 상대 투수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약점 없는 타자. 올시즌 초반은 테임즈에게서 뭔가에 쫓기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는 주위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김 감독도 이에 동의한다. 지나친 기대치로 인해 테임즈가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을 한다는 얘기다. 13일 경기에서도 테임즈는 두차례 잘맞은 안타를 때려냈지만 높은 볼에 연거푸 삼진을 당하는 모습도 보였다. 삼성 배터리가 최근 대두된 테임즈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는 의미다.
몸쪽과 바깥쪽 높은 볼은 사실 위험한 코스다. 테임즈가 약점을 지니고 있다곤 하지만 자칫 볼 한두개 정도 높이가 낮아질 경우 장타를 허용할수 있고, 테임즈가 이를 참아낼 경우 볼넷을 내준다. 테임즈는 4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발빠른 타자다. 무턱대고 출루시킬 선수가 아니다. 대처하기에 따라 약점은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대구=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