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 시스템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이대호도 확실한 자신의 강점을 어필해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가 세 번째 선발 출전 경기에서 안타를 추가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두 번째 안타. 이대호는 13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 8번-1루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이대호였는데, 이날 두 번째 안타를 때려냈다. 시즌 12타수 2안타. 타율 1할6푼7리.
이대호는 팀이 0-5로 밀리던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데릭 홀랜드를 상대로 좌중간 안타를 뽑아냈다. 볼카운트 2B2S 상황서 몸쪽으로 오는 직구를 잡아당겼다. 배트가 부러졌지만 이대호가 끝까지 힘을 싫어 타구는 텍사스 유격수 엘비스 앤드루스의 키를 살짝 넘겼다. 하지만 시애틀은 이날 0대8로 완패하며 5연패 늪에 빠지며 이대호의 안타도 빛이 바랬다.
이날 경기 주목할 점이 있었다. 이대호를 상대한 텍사스 좌완 선발 데릭 홀랜드의 투구 패턴. 거의 직구 승부였다. 그 직구도 승부 타이밍에는 모두 몸쪽으로 들어왔다. 홀랜드는 이날 이대호와 세 번 싸우며 총 11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중 변화구는 2개 뿐이었다.
이대호도 세 타석 모두 직구를 때려냈다. 2개의 변화구는 모두 3루 선상 밖으로 굴러나갔다. 타이밍이 빨랐다. 이는 이대호도 상대가 자신에게 직구 승부를 걸어올 것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하루 전 9회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을 때도 제이크 디크먼이 9개의 공을 모두 직구로 뿌렸다. 이는 상대가 낯선 무대에 서있는 이대호의 약점을 몸쪽 직구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워낙 컨택트 능력이 좋은 이대호이기에 어설픈 변화구를 던졌다가는 오히려 맞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럴 바에는 플래툰 시스템 적용으로 아직 경기 감각이 100% 올라와있지 않은 이대호와 직구 승부가 유리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안타 1개가 나왔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경기. 첫 번째 타석은 몸쪽 직구를 때렸는데 빗맞았다. 유격수 플라이. 두 번째 타석 안타도 행운의 안타였다. 마지막 타석에는 작정하고 초구 직구를 잘 노렸는데, 공이 스윗스팟에 맞지 않으며 좌익수 플라이가 됐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이 들어간 스윙이었다.
이대호는 미국 진출 후 8번 타순으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한국-일본에서 늘 중심 타순만 소화하던 이대호지만 현지에서는 8번 타순부터 시작이다. 장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일단은 더 정교한 타격을 보여주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대호의 컨택트 능력이라면, 직구가 들어올 것을 알고 타석에 들어서면 충분히 짧은 안타를 생산해낼 수 있다. 일단, 차곡차곡 안타를 쌓아나가야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게 된다. 그렇게 출전 기회를 늘려가면서 타순도 위로 올라갈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시애틀은 주전 1루수 애덤 린드가 17타수 1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또, 린드 말고도 팀 타선 전체가 동반 부진하며 총체적 난국이다. 스캇 서비스 감독도 변화를 꾀해야 할 순간이 오고 있다. 여기서 이대호가 조금 더 확실한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여준다면 린드와의 플래툰 시스템을 이겨내고 주전 1루수로도 승격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름값도 좋지만, 지금과 같은 연패 상황에서는 일단 잘 치고, 잘 살아나가는 선수 투입이 우선이다.
일단, 미국 팀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상대하는지 감을 잡은 이대호다. 텍사스전 두 번째, 세 번째 타석이 그랬다. 직구 타이밍을 잡고 적극적인 타격을 했다. 여기서 안타도 나오고 희망을 봤다. 더 확실하게 이대호만의 강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