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륜 승식(단승식·연승식·복승식·쌍승식·삼복승식) 중 삼복승식(이하 삼복승)에 관심을 갖는 경륜팬이 늘고 있다.
'삼복승'은 1위부터 3위까지 선수 3명을 순위에 관계없이 적중시키는 방식이다.삼복승이 인기있는 이유는 믿었던 강축(1위 예상선수)이 2∼3착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쌍승식(1~2위 선수 2명을 정확하게 적중시키는 방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올 시즌 들어 삼파전 경주가 많아진 것도 삼복승을 찾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팬들의 '삼복승 사랑'은 매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경륜 시행 초기 복승식과 비슷하게 형성되던 삼복승 매출이 몇 해 전부터 쌍승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더니 현재는 쌍승식 매출을 압도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경륜 매출액 중 삼복승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로 쌍승식 41%보다 높았으며, 올 시즌 13회차까지 경륜 매출액에서도 삼복승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 삼복승 배당이 팬들의 생각만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관건이다. 경륜 전문가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1회차부터 13회차까지 펼쳐진 총 534경주(광명 기준) 중 삼복승 최저배당이 들어온 경우는 142경주에 불과하다. 확률로 보면 26%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로, 쌍승식 최저배당 수준인 3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매 경주 최저 배당이 형성은 되지만, 그중 성공하는 경주권은 10경주 중 단 2~3경주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1위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강자가 2∼3착을 해도 되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복승이 실제로는 쌍승이나 복승에 비해 이변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이다.
외견상 안정돼 보이는 삼복승에서 이변이 자주 나오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륜의 특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직선에서 시행되는 100m 달리기 같은 경우는 기량을 검증 받은 실력자들이 안정되게 상위권을 형성해 나갈 수 있지만 벨로드롬 원형의 곡선주로에서 몸싸움과 힘 대결을 펼쳐야 하는 경륜에서는 강자라고 하더라도 한 번 밀리면 하위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세 명의 강자로 압축이 되면서 팬들이 믿음을 갖는 삼파전 경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3월 18일 금요일 선발 2경주를 꼽을 수 있다. 강성배 엄지용 조동우가 강자로 나서며 3강 4약으로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경주였지만 엄지용의 기습을 경쟁상대인 강성배가 대응하지 못했고 그 자리를 복병이었던 이경수가 파고들면서 101.1배의(1착 엄지영·2착 조동우·3착 이경수) 고배당이 만들어졌다.
삼파전 경주 외에 1강 2중의 경주도 삼복승 팬들이 선호하는 편성이다. 강축 한 명에 도전세력이 두 명으로 압축이 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안전하게 삼복승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경주에서도 두 명의 도전선수가 마크 싸움을 벌이다가 한 명이 밀리며 이변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월 19일 토요일 선발 2경주가 좋은 예다. 이길섭을 축으로 이범석 임세윤이 도전하는 양상이었지만 이길섭 마크에 실패한 이범석이 후미권으로 밀려나며 인기순위 6위였던 조영일이 2착하면서 쌍승(48.4배)과 삼복승(37.4배)에서 동시에 이변이 연출되고 말았다.
경륜 전문가는 "삼복승 전략이 외향적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세 명의 선수 중에서 한 명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순위권에서 밀려나는 이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생각대로 들어오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안정적인 편성이라고 생각되는 경주에서도 욕심을 부리지 말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