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의 메이저리그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무대까지 평정할 기세다.
지난 1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한 오승환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결국 당당히 2016시즌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오승환은 개막전부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러냈다.
오승환은 4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시즌 개막전에 나와 1이닝 동안 볼넷 2개를 내줬으나 안타를 맞지 않은 채 삼진 2개를 곁들여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오승환은 1994년 박찬호(당시 LA 다저스) 이후 16번째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나선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더불어 이상훈(당시 보스턴 레드삭스)과 구대성(당시 뉴욕 메츠) 임창용(시카고 컵스)에 이어 4번째로 한국과 일본, 미국의 1군 무대를 모두 밟은 투수가 됐다.
시범경기에서 9경기, 9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86으로 호투한 오승환은 당당히 팀의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려 개막을 맞게 됐다. 그리고 곧바로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날 팀이 0-3으로 뒤진 7회말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전격 등판했다.
세인트루이스 주전 포수인 야디에르 몰리나와 배터리를 이룬 오승환은 첫 상대로 투수 타석에 대타로 나온 맥 조이스를 상대했다. 감정 기복이 거의 없어 '돌부처'로 이름난 오승환이었지만, 메이저리그 공식경기 데뷔전은 긴장이 된 듯 했다. 초구 커터(약 150㎞)가 포수 뒤로 빠졌다. 이후 오승환은 2개의 볼을 더 던져 볼카운트 3B로 몰렸다. 그러나 4구째 직구(약 146㎞)가 드디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풀카운트 승부까지 끌고간 오승환은 결국 조이스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피츠버그 1번타자 조 제이소를 만난 오승환은 2구만에 2루 땅볼을 유도해 메이저리그 첫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오승환은 2번타자 앤드루 매커친에게 또 다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1사 1, 2루의 위기가 찾아왔고, 피츠버그 중심타선과 만나게 됐다.
이때부터 오승환의 진가가 발휘됐다. 오승환은 상대 3번타자 데이비드 프리스에게 초구 포심패스트볼(약 146㎞)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공격적으로 시작했다. 2구째 역시 스트라이크. 포심패스트볼이 존을 통과했다. 그러나 3, 4구가 연속 볼이 됐다. 5구째는 파울, 6구째 볼이 나와 풀카운트가 됐다. 여기서 패턴을 바꿨다. 오승환은 134㎞짜리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냈다. 프리스는 오승환의 변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첫 삼진.
기세를 탄 오승환은 스탈링 마르테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번에도 초구 직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슬라이더로 결정을 지었다. 앞서 프리스와 같은 패턴이었다. 이로써 오승환은 1이닝 동안 5명의 타자를 만나 총 27개의 공을 던지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지난 1월 '1+1년'에 최대 1100만달러(한화 약 132억5000만원)의 조건에 계약한 오승환은 올해 한국 무대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좋은 출발을 끊었다. 재활 막바지에 이르러 15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포함된 강정호와의 한국인 투타 대결은 나중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오승환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세인트루이스는 1대4로 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