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연고지 우선 지명이 없던 2013년 신인 드래프트 출신으로 올해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누구일까.
답은 조상우(넥센 히어로즈) 함덕주(두산 베어스)다. 조상우는 1억7000만원, 함덕주는 1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그런데 3월 중순 조상우가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인대접합 수술, 주두골 피로골절 핀 고정술. 그것도 두 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결국 남은 건 함덕주다. 원주고를 나와 5라운드, 전체 45번째로 지명된 왼손 투수가 동기들 중 가장 앞에 서서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함덕주는 입단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원주고 에이스였지만 직구가 130㎞ 중반으로 평범했다. "정우람 선배를 보고 많이 배우려 한다"는 루키. 스피드보다 제구력, 수싸움을 내세우는 투수였다. 당연히 계약금도 많지 않았다. 6000만원. 윤형배(6억원·NC 다이노스) 이성민(3억원·당시 NC) 조상우(2억5000만원) 등 동기에 크게 뒤졌다. 하지만 프로 2년차이던 2104년 불펜 한 자리를 따냈다. 직구 스피드가 10㎞ 가까이 상승하며 '필승조' 일원이 됐다. 지난해 성적은 68경기에서 7승2패2세이브 16홀드 3.65의 평균자책점. 억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주변의 기대대로 이번 전지훈련, 시범경기 페이스도 나쁘지 않았다. 일본 미야자키에선 몸 상태가 조금 안 좋았으나 2경기 6이닝 동안 안타, 볼넷 없이 평균자책점 0을 찍었다. 시범경기에서도 7경기에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4볼넷 2실점, 2.5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삼진은 11개. 김태형 두산 감독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최근 만난 함덕주는 좀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괜찮지만, "내 공을 던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밸런스가 불안정하다. 뭔가 어긋나는 기분이 자꾸 든다"며 "빨리 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밸런스가 안 좋으니 제구가 말썽이다. 원하는 곳으로 공이 가게끔 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시범경기 동안에는 세게 던지지 않고 오직 정확히 던지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지난 시즌을 생각하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그는 당시에도 캠프, 시범경기에서 강력한 공을 뿌려대다가 정작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내가 직구를 던지고 있는지 무슨 공을 던지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게 작년 이맘때 함덕주가 밝힌 고충. 그는 "1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이 차라리 낫다. 시즌 때 밸런스가 안 좋으면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며 "경기를 치르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으니 개막 시점에서는 내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아울러 "캠프 때 변화구 연마에 힘 썼다. 직구 일변도의 피칭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안다"며 "작년 페넌트레이스 후반기에 정말 느낌이 좋았는데, 그 기분으로 시즌초부터 공을 던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과연 함덕주는 자신의 목표대로 시즌 초반을 보낼 수 있을까. 두산은 1일 신축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과 개막 3연전을 치른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