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본업인 연기 외에도 관심사와 재능을 살려 꿈을 펼치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연기와 밀접한 연출이나 제작은 물론이고 그림과 글, 패션 등 관심 분야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연출은 배우들의 '외도'가 가장 잦은 분야다. 2005년 '오로라공주'로 입봉해 '용의자X'(2012), '집으로 가는 길'(2013) 등 세 편의 연출작을 선보인 방은진과 '허삼관'(2015)에서 연기와 연출을 겸한 하정우, 2003년부터 단편영화로 실력을 다져 2012년 '마이 라띠마'로 장편 데뷔한 유지태는 더 이상 '감독'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배우들이다. 이들은 한국영화 대표 배우로 탄탄하게 입지를 다진 뒤, 현장 경험을 확장시켜 감독으로 변신한 사례다.
평소 연출에 관심을 보였던 정우성은 감독 데뷔에 앞서,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제작자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20대 젊은 배우들도 영화 연출에 나서며 일찌감치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 안재홍도 그 중 한 명이다. 여러 단편영화와 독립영화를 거쳐 영화 '족구왕'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주목받은 차세대 연기파 배우지만,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에도 뜻을 두고 있다. 건국대 영화과 시절 워크숍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 벌써 예닐곱 편의 단편영화를 완성했고, 영화 '검은 돼지'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초청됐다.
최근 군입대한 류덕환도 촉망받는 '감독'이다. 지난해 단편영화 '비공식 개강총회'가 전주국제영화제와 미쟝센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돼 호평받았다. 군대 선후배가 같은 대학 연극학과에서 서열이 바뀐 채 만나는 이야기를 담아, 한국 사회의 서열 문화를 재치있게 풍자했다.
두 사람의 소속사 관계자는 "안재홍과 류덕환이 연기를 본업으로 삼지만 연출에도 관심이 많아서 틈틈이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영화 연출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근엔 과거에 비해 배우들의 감독 데뷔 문턱이 낮아진 분위기다. 인지도와 명성을 쌓은 베테랑 중견배우들 뿐 아니라 20대 젊은 배우에게까지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예전엔 고가의 장비와 전문 인력 같은 인프라 문제 때문에 배우들이 감독으로서 연출력을 쌓을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장비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이런 제작 환경이 배우들의 창의적인 도전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외도는 스크린 밖에서도 이어진다. 하정우는 배우, 감독에 이어 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 뉴욕에서도 개인전을 열었고, 최근 한 경매에서는 그림이 1400만원에 팔렸다.
고교 시절 미술을 전공했던 유아인도 예술 활동에 적극적이다. 2014년 신진 아티스트들을 모아 종합창작스튜디오를 열고 자선행사, 미술품 전시 등을 해왔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신진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패션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영화 '동주'의 박정민은 글재주가 뛰어난 배우다. 벌써 3년째 한 월간지에 '언희(言喜)'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쓰고 있다. 언희란 말로 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뜻이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부터 영화 현장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제목의 뜻 그대로 유쾌하고 재기가 넘치는 글이다. 2011년 영화 '파수꾼' 개봉을 앞두고 영화관계자의 제안으로 홍보용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이후 월간지 칼럼까지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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