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을 제압해야 한 시즌이 편하다.
1일 열리는 프로야구 개막전 5경기 가운데 빅매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두산과 삼성의 대구 경기다. 삼성의 새 홈인 라이온즈파크 개장 경기로 KBO 구본능 총재가 관전하는 공식 개막전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1차전을 내준 뒤 내리 4경기를 잡고 14년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후 5개월만에 맞붙는 양팀은 투타의 간판 맞대결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두산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선발로 예고했다. 니퍼트는 2011~2014년, 4년 연속 개막전 선발에 이어 2년만에 다시 시즌 첫 경기 선발등판의 영예를 안았다. 니퍼트를 주목하는 타자는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타율 3할3푼2리, 26홈런, 90타점을 올리며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니퍼트를 상대로는 힘을 쓰지 못했다. 5타수 1안타를 쳤고, 삼진은 1개를 당했다. 니퍼트와의 통산 맞대결에서도 타율 1할8푼(50타수 9안타)에 1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승엽이 KBO리그에서 가장 고전하는 투수를 꼽으라면 니퍼트다. 2m3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직구에 공끝이 '지저분한' 체인지업을 섞는 다채로운 볼배합에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이승엽이 니퍼트를 상대로 홈런을 친 것은 일본에서 돌아온 2012년 시즌 4월 19일 잠실경기에서다. 당시 이승엽은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짜리 홈런을 쏘아올렸다. 지난 시범경기에서 두 선수 모두 컨디션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만일 이승엽이 이날 개막전에서 니퍼트를 제대로 공략한다면 그 동안의 수모를 떨쳐버릴 수도 있다.
천적 관계로 눈길을 끄는 투타 매치는 또 있다. NC와 KIA가 만나는 창원경기다. KIA 선발 양현종이 과연 NC 간판타자 에릭 테임즈를 제대로 잡아낼 수 있을지 흥미롭다. 지난해 테임즈는 양현종과의 맞대결에서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 3볼넷을 기록했다. 2년간 통산 맞대결에서는 타율 3할9푼1리(23타수 9안타), 2홈런, 3타점을 올렸다. 각 팀의 에이스들 가운데 테임즈에 약한 투수를 꼽으라면 양현종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4월 9일 광주경기에서는 5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양현종의 초구 139㎞짜리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25m짜리 큰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시범경기에서 양현종과 테임즈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양현종은 2경기에 나가 6⅓이닝 동안 8안타로 5실점했고, 볼넷은 5개를 내줬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의 구위를 믿고 개막전 선발로 예고했다. 테임즈는 15경기에서 타율 1할5푼8리를 치는 동안 홈런은 한 개도 날리지 못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테임즈의 타격감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테임즈가 올해도 양현종을 누를 수 있을지 첫 경기서 양상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강의 강속구 투수 LG 헨리 소사와 한화 김태균의 맞대결도 볼만하다. 소사는 150㎞를 웃도는 강속구가 주무기로 LG 이적후 2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서게 됐다. 지난해 KBO리그 진출 후 최다인 194⅓이닝을 던지면서 10승12패, 평균자책점 4.03을 마크한 소사는 올시즌 한층 강력해진 구위로 무장했다는 것이 양상문 감독의 평가다. 소사는 시범경기에서 4번 등판해 평균자책점 1.20의 호투를 펼치며 올시즌 활약을 예고한 바 있다. 소사는 김태균을 상대로 지난해 피안타율 2할(15타수 3안타)로 강했다. 김태균이 일본서 돌아온 뒤 4년간 평균 4할5푼대의 출루율을 기록했지만 소사를 상대로는 볼넷을 하나 밖에 얻지 못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시범경기서 타율 3할5푼에 12타점을 올리며 클러치능력을 과시했다. 김태균이 개막전에서 소사에 충격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