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경험이 있으니까…"
불면의 밤이 이어졌다. 긴 시간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내린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선택은 '송은범'이다.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2016 프로야구 개막전 선발로 송은범을 발표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경험'이었다. 신인의 패기와, 외인 선수의 열정을 뛰어넘는 송은범의 경험에 김 감독은 기대를 걸었다.
지난 28일 열렸던 2016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LG와 한화는 '유이'하게 31일 개막 선발 발표를 미뤘다. LG 양상문 감독과 한화 김성근 감독은 나란히 "고민 중"이라며 선발 발표를 고사했다. 선발진이 명확하지 않은 두 팀의 현실이 명확하게 드러난 장면. 특히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의 정규시즌 출격이 미뤄진 상황에 처한 한화 김성근 감독은 "새벽 2~3시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개막 임박 시점까지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개막 하루 전이 돼서야 내린 결론이 송은범이다. 기본적으로 후보군은 세 명 정도로 압축돼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15이닝 동안 단 1점(ERA 0.60)만 내주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신인 김재영과 첫 등판에서 고전한 뒤 2경기(5이닝) 연속 선발 무실점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 그리고 송은범이었다.
기록만으로 보면 김재영이 확실이 앞선다. 그러나 1군 선발 경험이 전무한 신인이라는 결정적인 핸디캡이 있다. 각 팀이 전력을 아낀 채 나서는 시범경기에서 호투했더라도, 실질 전력이 총출동하는 정규시즌에서는 난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개막전 선발'은 부담감의 크기가 보통의 정규시즌 경기에 비해 몇 배나 더 큰 무대다. 이런 경기에 김재영을 투입하는 건 모험이다. 잘 던지면 좋겠지만, 자칫 실패할 경우 큰 데미지를 받아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 향후 김재영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굳이 개막전에 내보낼 이유는 없다.
마에스트리는 아직 기량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 140㎞대 후반의 강속구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의 변화각도 좋지만 실전 등판 기회가 적었다. 시범경기에서 3경기, 7이닝 밖에 한국 타자를 상대하지 않았다. 첫 등판(2이닝)이었던 지난 17일 SK전때 첫 1이닝은 무실점했지만, 다음 1이닝에서 6실점하며 무너졌다. 이후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는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이걸로는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 부족했다.
결국 송은범으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송은범은 올해 프로 14년차 베테랑이다. 비록 개막선발 경험은 없지만, 한국시리즈를 필두로 한 큰 무대에서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어냈다. 더구나 잠실에서 강점을 보였다. 지난해 잠실에서 7경기에 나와 1승1패 1세이브1홀드에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최근 3년으로 봐도 잠실구장의 평균자책점(4.38)이 자신의 전체 평균자책점(7.23)보다 3점 가까이 낮았다. 자신감을 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시범경기에서도 점차 나아졌다. 22일 NC전(4⅓이닝 5실점)을 제외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10⅔이닝 3실점, ERA 2.53)이 좋았다.
김 감독은 31일 오전 선발 발표 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송은범이 최근 괜찮았다. 또 무엇보다 (다른 후보에 비해)경험이 있지 않나.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과연 송은범은 팀의 2016시즌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