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리온이 우승을 차지했다. 2002~2003 시즌 이후 무려 13시즌 만에 두번째 우승이다. 챔프전에서 KCC를 4승2패로 누르고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오리온의 지휘봉을 잡은 추일승 감독은 프로 사령탑 첫 우승반지를 끼는 감격을 누렸다.
오리온의 우승 원동력은 뭘까. 우승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은 당연히 있다. 변수가 얽히고 푸는 과정에서 팀은 성장하고 우승 전력을 만든다. 오리온 우승의 핵심적 3가지를 정리했다.
▶추일승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오리온은 시즌 전부터 타구단의 집중 견제 대상이었다. 문태종, 이승현, 김동욱, 장재석 등 토종 선수들 애런 헤인즈-조 잭슨 조합이 최강이었다. 김영만 원주 동부 감독은 "연습 경기를 해보니 역시 선수 구성면에서 오리온이 강팀"이라고 했다.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은 "안정된 전력"이라고 했다.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 역시 "오리온은 공격 농구가 특화돼 있다. 준비가 잘 됐다"고 했다. 여기에 1월 말 최진수가 군에서 제대했다. 헤인즈는 시즌 도중 발목을 크게 다쳤지만, 복귀 후 변치 않는 실력을 과시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그 중심은 역시 추일승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다. 권위 의식을 버리고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4차전(94대86) 승장 인터뷰에서 나온 '논쟁'이라는 단어,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 감독은 "힘든 경기였다.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면서 "오늘 상대팀에 80점대까지 점수를 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안된 부분을 가지고 치열하게 논쟁하겠다"고 했다. 수직적이고 일반적인 지시가 아닌, 토론과 논쟁의 문화. 이는 초호화 멤버를 보유하고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다른 팀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제대로 가동한 초호화멤버
KCC 추승균 감독은 "포워드진의 깊이가 다른 팀"이라고 오리온을 정의했다.
정규리그 우승 팀 KCC 농구의 핵은 안드레 에밋이다. 정규리그 54경기에서 평균 29분25초를 뛰며 25.72득점, 6.7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올렸다. 하승진은 "내가 만나본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기량을 보유했다"고 했다. 추승균 감독도 "오직 득점을 위해 1라운드에서 뽑은 단신 선수다. 제 역할을 100% 해줬다"고 평했다. 에밋은 상대 수비가 두 세명 몰려도 어렵지 않게 득점을 쌓는다. 탄탄한 기본기, 탁월한 드리블과 훼이크 동작, 남다른 마인드 컨트롤까지 전주 팬들을 농구장으로 집결시켰다.
에밋은 안양 KGC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펄펄 날았다. 4경기에서 36분52초를 뛰며 33.75득점에 7.8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배달했다. 당시 김승기 KGC 감독은 양희종, 마리오, 오세근 등을 번갈아가며 매치업 상대로 붙였지만 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알고도 막기 힘든 테크니션이다. 하지만 오리온은 달랐다. 김동욱, 최진수 등이 1차 방어를, 헤인즈와 나머지 선수들이 2,3차 방어에 나서며 '에밋 효과'를 최소화 했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든 동선을 파악해 철저한 대비를 한 느낌이었다. 에밋을 봉쇄할 수 있었던 원동력. 1차적으로 김동욱과 장재석의 수비가 바탕이 됐지만, 헤인즈와 이승현 등 포워드진의 더블, 트리플 팀이 효과적이었다. 이런 조직적 움직임은 많은 연습과 함께 개개인의 센스가 필요하다. 이 부분을 동시에 갖춘 오리온의 초호화멤버였다.
▶골밑 수비의 핵심 이승현의 시너지 효과
고려대 '두목호랑이'이 이승현은 프로 2년 차를 맞아 더 성장했다. 한국 농구를 이끌 재목이라는 평가 그대로 게임을 읽는 능력까지 생겼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원초적인 능력을 과시했다. 2m21 최장신 센터 하승진을 몸으로 밀어내며 골밑을 지켰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 창사에서 열린 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NBA 출신 이란의 하다디에게 힘으로 밀리지 않았다. 포스트업에 애를 먹은 하다디가 외곽으로 나가 스크린 플레이에 치중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의 우승 원동력 역시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톰슨의 외곽 뿐만 아니라 강한 골밑 수비가 바탕이 됐다. 특히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는 필수적인 우승 옵션이다. 이 역할을 이승현이 했다. 그가 골밑을 탄탄히 지켜주면서, 오리온은 강한 시너지 효과가 났다. 특히 골밑싸움에서 절대적으로 열세라고 예상했지만, 실전에서는 정 반대였다. 오리온은 강한 공격 리바운드로 KCC를 압박했다. 물론 조 잭슨과 애런 헤인즈의 강력한 공격이 오리온의 가장 큰 장점이다. 두 외국인 선수는 절묘하게 공격을 배분하면서, 오리온의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런 공격을 빛나게 해준 요소는 오리온의 리바운드와 수비였다.
4차전까지 리바운드에서 뒤진 적이 없다. 1차전 43-36, 2차전 31-31, 3차전 38-35, 4차전 33-28이다. 무엇보다 공격 리바운드가 많았다. 1차전에서 무려 23개, 3차전 14개, 4차전에서 11개였다. 흔히 리바운드는 의지, 열정과 관련된 일이라고 한다. 오리온 선수들이 압승을 거뒀다. 그 버팀목이 된 이승현이다. 류동혁 sfryu@,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