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또 한번의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27일(한국시각)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2015년 9월3일 라오스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8대0 승)부터 이어진 무실점 승리를 8경기로 늘렸다. 이는 1978년 함흥철 감독과 1989년 이회택 감독이 세운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을 넘는 한국축구의 새역사다.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던 2015년 8월5일 북한과의 동아시안컵 3차전을 포함하면 9경기 무실점이다. 이 역시 46년만에 쓰여진 한국축구의 새로운 기록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 소집을 앞두고 무실점을 강조했던만큼 결과만 놓고 보면 만족스러운 2연전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칭찬 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45위 레바논, 118위 태국을 상대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냉정히 말해서 우리가 잘한 것 보다는 상대가 득점까지 연결할 힘이 없었다. 포백라인 자체는 불안 투성이었다.
먼저 중앙수비진을 살펴보자. 슈틸리케 감독은 태국전에서 전반과 후반 완전히 다른 운용을 했다. 전반에는 김영권(광저우 헝다)-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조합을 꺼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함께 한 이들은 2015년 9월3일 라오스전 이후 오랜만에 한국의 중앙을 지켰다. 태국의 공격이 위협적이지 않아 이들의 조합을 테스트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순간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모습이 보였다. 후반에는 김기희(상하이 선화)-곽태휘(알 힐랄) 조합으로 변화를 택했다. 지난 레바논전에서 선발 센터백으로 나섰던 조합이었다. 하지만 태국의 빠른 역습에 고전했다. 태국은 한국의 뒷공간을 집중 공략했다. 김기희-곽태휘 조합은 스피드와 커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후반 24분 태국의 단독찬스에서 김승규(빗셀고베) 골키퍼의 선방이 나오지 않았다면 대기록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좌우윙백이다. 누구 하나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태국전에 박주호(도르트문트)-김창수(전북) 카드를 꺼냈다. 소속팀에서 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주호는 날카로움과 안정감을 모두 잃었다. 어이없는 크로스를 날리는 등 정교함도 떨어졌다. 김창수도 장기인 오버래핑은 물론 뒷공간 수비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문제는 이들을 대신할 선수들도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이다. 레바논전에 선발로 나선 김진수(호펜하임)은 슈틸리케 감독의 공개 질타를 받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김진수는 소속팀에서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장현수(광저우 부리)는 오른쪽 윙백으로 변신을 꾀했지만 아직 100%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윙백들의 부진으로 공수 모두 흔들리고 있다. 윙백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자 공격진에서는 전술적인 움직임 보다는 선수들의 개인기량에 의존해야 했다. 수비진에서도 상대의 1대1 공격에 쉽게 뚫렸다. 불안한 중앙 수비진이 더욱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두가지 처방을 준비 중이다. 일단 무실점 기록의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태국전 후 "축구에서 역사는 중요한 게 아니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무실점 기록 유지로 인한 긴장감을 떨치는 동시에 무실점 기록 종료 후 찾아올 슬럼프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두번째 처방은 뉴페이스 발굴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은 기간 모든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모두 주시하고 대표팀을 위해 최선의 방향으로 팀을 꾸려가겠다"고 했다. K리그가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하는만큼 새로운 원석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