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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영광의 10번 달고 꿈의 ML 무대 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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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야구 인생 모든 영광을 함께 했던 등번호 10번을 달고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도 정복하는 이대호가 될까.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가 큰 산을 하나 넘었다. 이대호는 28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슬로언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제리 디포토 단장, 스캇 서비스 감독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시범경기 막판, 메이저리그 엔트리 정리를 앞두고 이대호가 경쟁에서 승리하며 메이저리거로 신분이 격상되는 순간이었다.

▶40인 엔트리 포함, 어떤 의미?

프로 입단 후, 눈물 젖은 빵은 먹지 않고 화려한 시절을 보내기만 했던 이대호. 하지만 꿈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놨었다. 처절한 경쟁이었다. 주전 1루수로는 좌타자 애덤 린드가 일찌감치 낙점된 가운데 이대호를 포함한 여러명의 선수가 그의 백업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했다.

승자는 이대호였다. 일단 40인 엔트리에 포함됐다는 것은, 마이너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합류했던 이대호가 정식으로 메이저리거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만달러의 기본 연봉을 받게됐고, 옵션을 채우면 최대 400만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돈도 중요하지만 선수는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장해야 한다. 40인 엔트리에 포함됐다고 안심하면 안된다는 시각이 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개막 직전 이 엔트리를 25인으로 줄인다. 이들이 개막전을 뛰게 된다. 하지만 이대호의 경우, 이 관문 통과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좌투수에 약한 린드의 백업 우타자 1자리는 무조건 누군가 들어갈 계산을 하고 경쟁을 시켰던 시애틀이다. 다른 포지션 경쟁 선수들이 40인에서 25인으로 줄어드는 과정에 눈물을 흘릴 수 있지만, 이대호의 자리는 이미 마련이 돼있다.

▶땡큐! 헤수스 몬테로

사실 이대호 입장에서는 살떨리는 경쟁이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후 최고 스타로만 생활해오던 이대호가 구단과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수비에서 몸을 날리는 등의 모습에서 메이저리그에 대한 그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컵스전 안타 포함 시범경기 2할5푼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입지가 불안한 선수 입장에서 볼 때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정복한 스타 플레이어가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현지 관계자들을 만족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 이대호에 비관적인 시선이 많았던 이유는 강력한 경쟁자 헤수스 몬테로 때문이었다. 시작은 몬테로가 우세했다. 그의 잠재력을 떠나, 몬테로는 마이너 거부권이 있어 그를 40인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유망주를 다른 팀에 허무하게 빼았길 수 있기 때문. 이대호의 경우 시애틀이 엔트리 진입을 시켜주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이대호도 옵트아웃 조항을 삽입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퇴로를 마련했었다.

시간이 흐르며 이대호, 헤수스 몬테로, 스테판 로메로와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하지만 몬테로가 너무 부진했다. 타율 2할3푼7리에 그쳤다. 시애틀도 미련 두지 않았다. 최근 시범경기에 출전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28일 몬테로가 라커룸을 정리하고 팀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로메로의 경우 시범경기 3할7푼5리로 괜찮은 방망이 실력을 보여줬지만, 아직 경험 측면에서는 부족하다. 그를 일단 마이너리그에 머물게 했다 향후 이대호가 부진할 경우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

몬테로에게 또 고마운 것이 있다. 바로 등번호. 이대호는 시애틀에 합류하며 56번을 받았다. 이대호는 프로 생활 동안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입단 때 25번(할머니 이름에서 따온 번호)를 1년 단 것을 제외하고 10번을 줄곧 사용해왔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입장에서 원하는 등번호를 요구할 처지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10번을 단 건 몬테로였다. 이대호 입장에서는 사소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제 전화위복이 됐다. 몬테로가 10번을 잘 지켜주다 팀을 떠나게 됐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대호의 등번호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이대호가 당당히 10번 유니폼을 입고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 서는 일만 남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