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가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KCC는 2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고양 오리온과의 5차전에서 94대88로 승리했다. 1차전을 잡고 내리 3연패한 뒤 거둔 귀중한 1승. 안드레 에밋이 38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태풍도 20득점에 5리바운드로 뒤를 받쳤다. 오리온에서는 조 잭슨이 32득점, 이승현이 23득점을 올렸지만 막판 실책이 아쉬웠다. 양 팀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6차전을 벌인다.
결국은 적극성의 차이였다.
벼랑 끝에 몰린 추승균 KCC 감독은 경기 전 '딜레마'라고 했다. 그는 "조 잭슨(오리온)을 막기 위해 신명호를 투입하면 우리 공격이 문제, 그렇다고 신명호를 투입하지 않으면 수비가 문제"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날부터 경기장에 나오면서까지 계속된 고민. 최종 선택은 공격이었다. 그는 "시리즈 전 우려했던 대로 식스맨 문제가 나왔고,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오늘은 김지후가 먼저 나간다. 외곽에 슈터가 버티고 있으면 저쪽에서 무작정 안드레 에밋만 견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추일승 감독은 신중했다. 상대가 거세게 나올 것은 예상하고 있는 상황. 우승까지 1승만 남겨 놓은 가운데 "전반까지 수비에 집중할 것이다. 완벽한 속공 찬스가 아니면 무조건 세트 오펜스를 할 계획"이라며 "하승진이 편하게 공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 좋은 자리를 잡았을 때 패스가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명호라도 노마크에서 슛을 쏘게 놔두면 안 된다. 마크맨이 외곽으로 나가 견제를 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에밋에게 수비가 집중되겠지만 그렇다고 버리라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두 감독의 준비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전반까지는 KCC의 일방적인 흐름, 3쿼터부터 공격을 시작한 오리온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우선 KCC. 전태풍 김지후 김효범 에밋 하승진이 코트에 등장해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태풍은 시작과 동시에 에밋의 어시스트를 받아 3점슛을 성공했다. 하승진, 에밋도 득점에 가담해 9-4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운도 따랐다. 김효범이 시간에 쫓겨 던진 슛 2개가 성공했다. 김효범은 11-4이던 6분53초전, 18-8이던 4분40초 다소 불안한 자세로 슛을 시도했지만, 두 번 모두 득점과 연결됐다. 선발 출전한 김지후 역시 4분1초전 오른쪽 사이드에서 수비를 달고 3점슛을 시도했는데, 림을 통과했다. 결국 KCC는 전반을 55-37로 마쳤다. 양 팀의 점수는 한 때 21점까지 벌어졌다. 문제가 됐던 리바운드에서도 KCC는 19-16으로 앞섰다.
하지만 3쿼터 오리온 공격이 불을 뿜었다. 이승현이 원맨쇼를 펼쳤다. 9분18초를 뛴 그는 2점슛 2개, 3점슛 2개, 자유투 2개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시리즈 내내 하승진을 막느라 지칠 법도 한데 컨디션이 절정이었다. 여기에 조 잭슨이 9점, 문태종이 6점을 넣었다. 오리온은 상대를 15점으로 묶고 31점을 몰아치며 68-70까지 따라붙었다. 3쿼터 리바운드에서 8-4로 앞서며 골밑도 지배했다. 8개의 리바운드 중 공격 리바운드가 3개.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4쿼터는 시소 게임이었다. 오리온이 4쿼터 8분26초를 남기고 조 잭슨의 자유투로 72-70, 이날 첫 리드를 잡았다. 그러자 KCC는 에밋, 전태풍의 연속 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이후 양 팀은 조 잭슨과 문태종, 에밋과 전태풍이 나란히 공격을 주도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팽팽한 흐름이었다.
여기서 KCC가 상대 턴오버에 편승해 기회를 잡았다. 82-82에서 에밋이 가로채기에 이은 레이업슛을 올려 놓은 것. 뒤이어 1분15초를 남기고 전태풍이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성공해 86-82로 달아났다. 또 86-84에서 고졸 루키 송교창이 귀중한 팁인을 올려놓았고, 하승진이 조 잭슨의 3점슛을 블록하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KCC 입장에서는 한 숨 돌린 하루였지만, 21점 차 리드에도 진땀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반성할 부분도 많다. 결국은 리바운드, 적극성이다.
전주=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