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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한 이대호-김현수, 막판 스퍼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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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메이저리그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의 거취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시범경기서 들쭉날쭉한 컨디션을 보이며 아직 구단으로부터 메이저리그 입성에 관한 결정을 받지 못했다.

이대호는 27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LA 다저스와의 시범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2루타를 터뜨렸지만 빅리그 신분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현수는 이날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대타로 나가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날 현재 이대호의 성적은 타율 2할5푼(40타수 10안타)에 1홈런, 4타점, OPS 0.733이다. 이날 2루타를 치기 전 세 차례 타석에서는 모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대호가 지난 겨울 시애틀과 맺은 마이너리그 계약에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옵트 아웃' 행사, 즉 계약을 해지하고 FA가 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 시점이 3월 28일이다. 시애틀 구단은 28일 이대호의 40인 로스터 진입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현재로선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호의 성적과 경쟁 상황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낮은 편은 아니다. 이대호의 경쟁자는 헤수스 몬테로와 스테펜 로메로다. 최근 2경기 연속 결장한 몬테로는 시범경기 타율이 2할3푼7리(38타수 9안타)에 홈런없이 4타점을 기록중이다. 몬테로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제외될 경우 웨이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이대호는 이 부분에서 불리하지만, 실력에서는 몬테로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로메로다. 로메로는 시범경기서 타율 3할7푼5리, 1홈런, 8타점을 기록중이다. 그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지만, 세 선수 가운데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하지만 로메로는 이대호, 몬테로와 달리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즉 시애틀로서는 로메로를 선택해 메이저리그로 진입시킨다면 이대호와 몬테로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 아무리 몸값이 상대적으로 싼 선수들이라고 해도 1루수 백업 자리를 그렇게 빈약하게 놓아둘 수는 없는 일이다.

김현수는 상황이 좀더 좋지 않다. 이날 현재 16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1할8푼2리(44타수 8안타), 홈런없이 2타점, OPS 411이다. 시범경기 개막 후 21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현수는 지난 11일부터 21일까지 7경기에서 타율 4할2푼1리를 달리며 상승세를 탔지만, 마이너리그 캠프를 다녀온 뒤로 다시 침묵에 빠졌다. 닷새만에 출전한 26일 뉴욕 양키스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이날 경기서는 대타로 겨우 출전했다. 김현수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25세의 젊은 외야수 조이 리카르드는 타율 3할9푼2리, 1홈런, 7타점을 기록중이고, 놀란 레이몰드 역시 타율 2할9푼2리에 1홈런 5타점을 올리고 있다.

폭스스포츠는 이날 '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를 한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었다'는 기사를 게재하며 김현수의 현 상황을 조명했다. 볼티모어 댄 듀켓 단장은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김현수와의 관계를 청산할 단계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적응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언어와 문화 자체가 다르다"며 김현수에 대한 평가가 진행중임을 강조했다. 김현수가 한국으로 복귀하려면 본인의 뜻도 있어야 하고 그를 받아줄 팀도 나타나야 한다.

만일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올리지 않겠다고 하면 선택은 김현수가 하면 된다. 마이너행을 받아들이고 좀더 수업을 받을 것이지, 아니면 계약을 해지하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팀을 선택할 것이냐이다. 두 선수 모두 시범경기 막판 스퍼트를 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