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라고들 한다. 전력을 다하지 않고 컨디션 조절차원에서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너무 잘하거나 너무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실력으로 그대로 믿을게 못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성적이 너무 좋지 않으면 아무래도 걱정이 앞서긴 한다. 게다가 그들이 에이스라면 더욱 그렇다. 가장 믿는 투수가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보일 때 '정규시즌에선 잘던지겠지'라는 믿음을 보이지만 한쪽 구석에선 불안감이 싹틀 수밖에 없다.
시범경기를 마무리 하는 10개 구단 감독들은 대부분 이런 마음일 듯. 에이스라 할 수 있는 투수들이 대부분 만족스런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승왕인 NC 다이노스의 해커는 4경기 16⅔이닝 동안 13실점(12자책)으로 평균자책점 6.48로 부진하다. 첫 경기였던 9일 삼성전서 6실점의 부진을 보였지만 이후 15일 KIA전(4이닝 1실점-비자책)과 20일 kt전(5이닝 2실점)에선 나쁘지 않았다. 개막전을 앞둔 마지막 등판이었던 26일 넥센전에서 5이닝 동안 홈런 1개를 맞는등 4실점 한게 아쉬웠다. 또다른 외국인 투수 스튜어트도 4경기서 평균자책점 6.89를 기록 중.
두산 팬들에게 '니느님'이라고 불리는 두산 베어스의 니퍼트도 시범경기만 보면 걱정이 앞선다. 26일 LG 트윈스전서 6이닝을 소화하며 시즌 준비를 마쳤지만 4실점했다. 4경기 중 15일 롯데전서 4이닝 1실점을 한 것만 빼면 3경기서 모두 실점이 많았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11.02
최강 선발진으로, 누가 개막전 선발로 나올까 궁금한 KIA도 시범경기 성적을 보면 한숨이 나올 수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왕이었던 양현종은 2경기(1경기 선발)에 나와 평균자책점이 7.11이나 된다. 6⅓이닝을 던지면서 5실점했다. 선발로 돌아온 윤석민도 3경기에 나와 9이닝을 소화하며 13점을 줬다. 평균자책점이 13.00이다. 170만달러의 거액을 주고 데려온 헥터 노에시가 그나마 낫다. 3경기서 12⅔이닝을 던져 7실점, 평균자책점이 4.97이다.
kt 위즈의 상승을 이끌어야할 외국인 투수도 그리 빼어나지 않다. 마리몬은 3경기(14이닝)에서 11실점을 해 평균자책점이 7.07이고, 피노도 평균자책점이 8.16(14⅓이닝 11실점)이다.
물론 기대만큼의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는 투수들도 있다. SK 와이번스는 주축 선발들이 모두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 SK의 에이스인 김광현은 평균자책점이 0.00이다. 3경기서 12⅓이닝을 던지며 단 1실점을 했는데 비자책점이었다. 최고 150㎞대의 빠른 공에 새롭게 장착한 체인지업이 안정감을 주고 있다. 외국인 투수 세든(2경기 무실점, 0.00)과 켈리(3경기 2실점-1자책점, 0.71)도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LG의 소사도 여전히 빠른 공으로 압도하고 있다. 4경기-15이닝 동안 단 2실점해 평균자책점이 1.20이다. 두산 장원준도 평균자책점 2.40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kt의 밴와트도 3경기서 1.2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다.
외국인 투수 1명을 늦게 데려온데다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는 뜻밖의 보물을 건졌다. 바로 김재영이다. 김재영은 4경기에 나와 15이닝을 던져 단 1실점만해 평균자책점 0.60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 선발진에 대해 걱정이 많은 김성근 감독으로선 분명 큰 힘이 되는 존재다.
초반 기선 제압을 위해선 에이스간의 맞대결서 이겨야 하기에 에이스의 활약이 꼭 필요하고,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는 에이스들의 시범경기 성적이다. 부진을 보인 에이스와 기대만큼의 빼어난 피칭을 한 투수들이 정규시즌에서 그 흐름을 유지할지 아니면 확 바뀔지 일주일 뒤면 알 수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