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젊은 잉글랜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독일과 잉글랜드가 맞붙은 27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 사실 멤버들의 이름값만 보면 독일이 우세했다. 독일은 사실상 유럽 올스타나 다름없었다. 유럽 각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대거 모았다.
반면 잉글랜드는 다소 아쉬움이 컸다. 최고 스타인 웨인 루니는 부상으로 독일로 오지 못했다. 주전 선수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떠오르는 선수들로 구성했다. 약점은 경험부족이었다. 최전방 해리 케인은 9번째 A매치였다. 그 아래에 선 델레 알리 역시 5번째 출전이었다. 에릭 다이어는 3번째에 불과했다. 데릭 로즈는 첫 출전이었다. 선발 11명 가운데 A매치 최다 출전 선수는 개리 케이힐(A매치 41회 출전)밖에 없었다. 이 경기 전까지 잉글랜드 선수들의 평균 A매치 출전 기록은 16경기로, 31경기인 독일보다 한창 떨어졌다.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경험면에서 잉글랜드가 독일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젊은 선수들은 90분 내에 경험부족을 극복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섰지만 독일은 탄탄했다. 허리에서 빠른 패스로 독일의 압박을 풀었지만 마지막에서 걸렸다. 여기에 전반 41분 독일 토니 크루즈에게 기습골까지 내줬다. 골을 내주게 된 역습 상황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실점과 다름 없었던 상황을 보면 젊은 잉글랜드가 얼마나 동요했는지 짐작이 간다. 나쁘지 않았던 상황에서 어이없게 선제골을 내줬고 주전 골키퍼까지 다쳐서 실려나갔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던 상황임에 틀림없었다
후반 들어서도 잉글랜드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후반 12분 추가골을 내줬다. 한 순간 무너졌다. 역습 상황에서 크로스를 내줬다. 측면에서 쇄도하던 마리오 고메즈를 막을 잉글랜드 선수는 없었다. 다들 멍하게 있었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잉글랜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아무리 경험 부족이 크다고 하더라도, 무기력한 패배는 EPL의 젊은 대세들에게 큰 상처였을 것이다.
하지만 EPL의 대세들은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후반 16분 해리 케인이 만회골을 넣었다. 코너킥을 받은 케인은 개인기로 상대 선수를 제친 뒤 골을 넣었다.
케인의 골은 잉글랜드 선수들의 본성을 깨웠다. 믿을 것은 공격밖에 없었다. 호지슨 감독의 용병술도 적중했다. 후반 26분 들어간 제이미 바디는 3분 뒤 감각적인 백힐로 골을 만들어냈다.
동점이 되자 젊은 삼사자 군단은 겉잡을 수 없이 활활 타올랐다. 기세를 탄 것. 결국 후반 추가 시간 에릭 다이어가 코너킥에서 결승 헤딩골을 만들어냈다. 잉글랜드로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적지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젊은 삼사자 군단, 그들의 발끝을 6월 유로 2016에서도 기대해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