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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미스컨덕트', 알 파치노·이병헌만 믿고 보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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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그리고 이병헌. 이름만으로도 압도감이 느껴지는 캐스팅이다. 영화 '미스컨덕트'에 쏠리는 관심의 8할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항상 문제는 나머지 2할에 있다. 왠지 불안하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좀처럼 틀리지 않는다. '미스컨덕트'만큼은 예외이길 바랐건만.

영화는 젊은 변호사 '벤'(조쉬 더하멜)이 옛 연인으로부터 재벌기업의 비리 자료를 넘겨받으면서 시작된다. 돈과 명예를 노린 벤은 기업 회장 '아서'(안소니 홉킨스)를 상대로 위험한 소송에 나서고, 아서와 얽힌 소송에서 줄곧 패소했던 로펌 CEO '찰스'(알 파치노)는 벤을 돕는다. 그때 제보자인 옛 연인이 숨진 채 발견된다. 초조해하는 벤에게 아서는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제시하고, 정체를 숨긴 '히트맨'(이병헌)은 진실을 추적하면서 이들 주변을 맴돈다.

영화는 네 남자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동력 삼아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살인과 복수, 음모, 치정 같은 범죄스릴러의 '단골 설정'들이 그들의 관계를 복잡하게 꼬아놓는다. 가진 자들의 협잡도 등장한다. 하지만 결코 할리우드판 '내부자들'은 되지 못한다.

미스터리와 사건의 단서가 자연스럽게 제시되지 않고, 인물의 대사를 빌려 관객에게 설명된다. 사건의 전개 과정도 치밀하지 못한 수준을 넘어서 불필요할 정도로 산만하다. 누가 사건을 좌지우지하는 설계자인지 추리하려 애써 보지만, 결론에서 마주하는 진실은 허탈하다. 알맹이는 보잘것없고, 포장만 그럴듯하게 질소로 잔뜩 부풀려 놓은 과자봉지 같다.

러닝타임이 다 끝나고 어머어마한 이름들이 담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어도,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도통 이야기가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끼리 영화 속 사건의 인과와 인물 관계를 재구성해보는 '희한한 풍경'도 연출됐다. 그 정도로 영화의 수준이 참담하다. "배우들의 재능 낭비"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명배우 알 파치노와 안소니 홉킨스가 한 작품에서 처음 만났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시상자로 초대될 정도로 입지를 다진 이병헌의 다섯 번째 할리우드 출연작이다. 이 두 가지 사실 말고는 어떤 것도 남길 게 없는 영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잃은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앞선 출연작에선 악역이나 액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 캐릭터는 결이 조금 다르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비밀스러운 행동과 감성 연기로 적잖은 긴장감을 조성한다.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못지않게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기대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던 반전이 하나 등장하는데, 할리우드 영화나 한국 영화나 '반전 강박증'에 빠진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