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홈런 경쟁은 안개 정국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장종훈이나 이승엽, 박병호와 같은 뚜렷한 강자없이 여러 후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각팀의 내로라하는 거포들이 아직 예열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인물들도 대거 등장할 조짐이다. 시범경기는 연습에 불과하기 때문에 진정한 거포를 선별하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3년간 시범경기 홈런왕은 2013년 넥센 박병호(4개), 2014년 한화 펠릭스 피에와 LG 정의윤(이상 4개), 2015년 롯데 짐 아두치(4개)였다. 박병호는 2013년 37홈런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2014년 피에는 정규시즌서 17홈런을 날렸다. 아두치는 지난해 28홈런을 쳤다.
24일 현재 시범경기 홈런 공동 1위는 두산 오재일, 삼성 최형우, kt 김사연 김상현 문상철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홈런왕 경험이 있는 선수는 최형우와 김상현이며, 나머지 셋은 사실 홈런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던 선수들이다. 주목할 것은 지난 2009년 홈런-타점왕을 석권하며 MVP에 오른 김상현이 kt의 4번타자로 자리를 잡으며 빼어난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김상현은 지난 시즌 134경기에서 27홈런, 88타점을 기록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조짐을 보였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3할에 OPS 1.023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박병호가 떠난 KBO리그에서 최형우가 다시 한 번 홈런왕 타이틀을 노려볼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 최형우는 시범경기서 타율 4할에 홈런 4개, 12타점을 기록중이다. 홈런왕에 올랐던 2011년(타율 0.340 30홈런 118타점) 못지않은 커리어 하이를 찍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더구나 최형우는 올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30홈런은 문제없어 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형우는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30홈런 이상을 때렸다.
외국인 타자중에 눈에 띄는 거포는 한화 윌린 로사리오다. 지난 23일 NC와의 경기에서 2개의 아치를 그리며 3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6위에 랭크돼 있다. 로사리오는 한화에서 4번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인 2012년 28홈런을 친 경험이 있고, 아직 27세라는 나이도 파워히터로서 매력적이다. 로사리오는 강력한 파워말고도 정확한 타격이 돋보인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9경기 38타석에서 삼진을 7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반면 볼넷은 6개에 타율 3할7푼5리에 이른다.
두산 새 외인 타자 닉 에반스도 홈런 경쟁에 합류할 수 있는 후보다. 시범경기서는 2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지난 12일 NC전, 17일 넥센전에서 각각 홈런을 쏘아올렸다. 에반스 역시 타율 3할3푼3리로 타격이 정교한데다 파워까지 갖추고 있어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유력한 홈런왕 후보인 NC 에릭 테임즈는 아직 홈런이 없다. 24일 SK전에서도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12경기에서 32타수 5안타로 타율도 1할5푼6리로 저조하다.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맹타를 터뜨렸는데, 국내로 들어와서는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37홈런, 지난해 47홈런을 때린 테임즈는 이미 KBO리그 투수들에게 적응이 돼 있는데다 흠잡을데 없는 스윙을 지니고 있어 시즌 들어가서는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는 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