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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전성시대]③'굿바이' 시몬이 남긴 유산은 V리그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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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터' 로버트랜디 시몬 아티(29)는 올 시즌을 끝으로 V리그를 떠난다.

한국배구연맹이 2016~2017시즌을 대비해 남자부 외국인선수 선발 방식을 기존 자유영입제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꾸면서 시몬은 V리그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시몬은 신변정리를 마치는대로 2~3일 뒤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시몬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미들블로커였다. 김세진 감독의 설득으로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을 때부터 여러가지를 감수했다. 먼저 포지션이었다. 김 감독은 센터인 시몬에게 라이트 공격도 주문했다.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시몬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다만 몸 상태가 문제였다. 2014~2015시즌 OK저축은행으로 영입되기 전 이탈리아 팔라볼로 피아첸차에서 뛸 때부터 무릎 부상을 안고 있었다. 김 감독은 이 사실을 알고도 시몬을 영입했다.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2014~2015시즌 정규리그 34경기에서 총 득점 2위(1043점), 공격 성공률 3위(55.38%)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미들블로커란 평가는 거짓이 아니었다. 속공 부문 1위(71.90%)를 차지했다. 블로킹 부문에서도 2위(세트당 0.742개)에 랭크됐다. 서브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위(세트당 0.568개)를 차지했다. 개인 기량은 나무랄데 없었다.

시몬의 괴력은 포스트시즌에서 증명됐다. 정규리그에서 버텨온 아픈 무릎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팀을 위해 참았다. 팀 의무진은 진통주사를 권했지만 거절했다. 통증을 잊고 경기를 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몬은 부상을 기술과 풍부한 경험으로 극복했다. 결국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려놓은 시몬은 '1강'으로 평가받았던 삼성화재를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 등 국내 선수들도 돋보였지만, 시몬의 활약을 빼고 우승을 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이 됐다. 좋지 않은 무릎에 결국 칼을 대야 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수술을 결정한 시몬은 시즌 초반 결장이 예상됐다. 그러나 시몬은 빠른 재활로 2015~2016시즌 개막전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명불허전이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트리플크라운(후위, 서브, 블로킹 3개 이상 달성) 제조기였다. 정규리그에서 9차례를 작성했다. 삼성화재의 '독일산 폭격기' 괴르기 그로저보다 3차례 더 많은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다. 10번째 트리플크라운은 지난 12일 달성했다. 지난 시즌보다 2배가 많은 횟수였다. 시몬은 이번 시즌에도 공격성공률 2위(56.05%), 속공 1위(67.88%), 퀵오픈 1위(68.31%), 블로킹 1위(세트당 0.742개), 서브 2위(세트당 0.636개)를 기록했다.

시몬은 두 시즌밖에 뛰지 않았지만 152개의 서브를 성공시켰다. 또 공격 득점도 1500점을 돌파했다.

시몬이 다른 외인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인성이다. 시몬은 분위기에 따라 경기력 편차가 컸던 젊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아줬다. 특히 시몬을 통해 교육 효과가 나타났다. 선수들은 세계 최고 선수의 몸 관리법과 배구를 대하는 자세, 승부욕 등 많은 부분을 보고 배웠다. 코트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던 시몬은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 등 젊은 선수들에게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또 코치 경력없이 곧바로 프로 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에게도 깍듯하게 대했다. 경기가 끝나면 김 감독에게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하는 예의범절도 갖췄다. 이런 인성을 일찌감치 파악했던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시몬을 주장으로 임명하려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었다.

시몬이 남긴 유산은 곧 V리그의 역사였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