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이 없다.
흔히 유럽인의 정서가 한국인과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선수도 마찬가지다. 한국선수들의 경우 다소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한다. 특히 공적인 자리에서 이적을 비롯한 계약관계,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서 명명백백히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유럽 스타들은 다르다. 거침없이 토해낸다.
프랑스 리그1 파리생제르맹(PSG)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가 스타트를 끊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14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스포츠채널 비인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 PSG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브라히모비치와 PSG의 계약은 올 시즌까지다. 이브라히모비치의 차기 행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설령 정해져있더라도 현 소속팀에 잔류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표현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한 술 더 떴다. 이브라히모비치는 "만약 에펠탑이 내 동상으로 바뀐다면 잔류할 수도 있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브라히모비치의 인터뷰가 발표된 뒤 나세르 알 켈라피 PSG 구단주는 "이브라히모비치를 잡기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나서기도 했다.
다음 주자는 벨기에대표팀의 중추이자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제니트의 핵심 미드필더 악셀 비첼(27)이다. 비첼은 24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데일리미러 등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 제니트와 계약이 1년 더 남았다. 하지만 더 큰 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이 남은 경우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이 있어도 원소속팀에서 높은 이적료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가 있다. 비첼은 이 점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했다. 비첼은 "제니트가 높은 이적료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4000만 유로(약 522억원)를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했다.
같은 날 리버풀의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앙 벤테케(26)는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벤테케는 "클롭 감독이 나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웠다"며 "다른 선수들은 행운이라고 했지만 나는 생각이 복잡했다"고 말했다. 벤테케는 클롭 감독의 전임인 브랜던 로저스 감독이 영입한 선수다. 불안감이 있을 법도 했다. 실제로 벤테케는 클롭 감독 부임 후 풀타임이 4경기에 불과하다. 출전 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벤테케는 "클롭 감독은 나를 믿는다고 한다. 내가 좋은 공격수라고도 했다. 나도 클롭 감독의 생각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왜 나를 출전시키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