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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변신 더한 양효진, MVP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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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이 확정된 순간, 양효진(27·현대건설)은 만감이 교차했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이었다. 프로에 데뷔한 이 후 처음으로 부상으로 쉬었다. 훈련 중 발목을 다치며 가장 중요한 6라운드에서 일주일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가 아픈 사이 현대건설은 4연패에 빠졌다. IBK기업은행의 독주를 지켜봐야만 했다. 양효진의 부상 악몽은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졌다. 급성 허리 염좌 진단을 받았다. 그의 선택은 진통제였다. 흥국생명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양효진은 "시즌을 치르면서 부상으로 쉬었던게 올 시즌이 처음이었다. 한창 힘들던 시기에 빠져서 미안했다. 그래서인지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이 2등 보다 3등이 낫다고 얘기 하시더라. 이번에도 아깝게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다. 차라리 안보면 안봤지 남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그래서 더 간절히 뛰었던 것 같다"고 했다.

우승까지 두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첫번째는 정규리그 막판 찾아온 부진이었다. 양효진은 "흥국생명, 도로공사에 졌을 때, 상대가 나를 막는 법을 알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공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팀 전체가 안 좋아져서 선수 모두가 힘들었다. 그런데 원인을 도저히 모르겠더라"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팀에서도 제 공격을 살리려고 연습을 많이 시켰다. 또 생각을 다르게 해보니까 길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상대가 나를 막는 법을 알았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렇다면 상대가 잘 모르는 걸로 바꾸면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두번째는 플레이오프였다. 양효진의 투혼은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양효진은 "플레이오프에서 팀워크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누구와 만나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처음으로 우승을 직감했다"며 웃었다. 양효진의 말대로였다. 현대건설은 완벽한 조직력을 과시하며 IBK기업은행을 압도했다. 챔피언결정전 3전승으로 2010~2011시즌에 이어 5년만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3경기에서 55득점을 올린 양효진이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양효진은 "포스트시즌에서 언니들이 열심히 해줬다. 평소에도 많은 생각을 하기 보다는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그랬더니 우승을 했더라. MVP까지 기대 안했다"고 했다.

양효진은 올 시즌을 치르며 한단계 더 성장했다. 기량은 물론 팀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더했다. 양효진은 "부상 동안 숙소에서 우리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같이 뛸 때 안보이던 것 들이 보이더라. 실력 보다는 외적인 부분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힘을 불어넣어주면서 팀을 이끌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 같은 리더십은 포스트시즌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결국 우승까지 이어졌다.

시즌이 끝났지만 양효진에게 2번의 큰 관문이 남아있다. 첫번째는 5월 열리는 2016년 리우올림픽 예선전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함께 했던 양효진은 또 한번의 올림픽 드림을 꿈꾸고 있다. 그는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난 후에도 휴식보다는 치료를 통해 예선전을 대비했다. 두번째는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양효진은 자유계약선수(FA)다. 최고 선수인 양효진의 거취는 프로배구 초미의 관심사다. 양효진은 "생각할때가 왔다. 나 혼자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결국 기간이 임박할때 결정하지 않겠나. 머리가 아플 것 같다"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