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울산 현대)의 극장골이 슈틸리케호를 춤추게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24일 경기도 안산와스타디움에서 가진 레바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7차전에서 후반 47분 터진 이정협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이겼다. 6전 전승으로 일찌감치 최종예선행을 결정 지었던 한국은 이날 레바논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최종예선행 희망을 걸고 승부에 나선 레바논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정협의 극적인 결승골로 체면을 차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황의조(성남)를 원톱에 놓고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전북)을 2선에 배치했다. 중원에는 기성용(스완지시티) 한국영(카타르SC)이 자리했고, 포백라인에는 김진수(호펜하임) 김기희(상하이 선화) 곽태휘(알 힐랄) 장현수(광저우 부리), 골문에는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배치됐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이 주도권을 잡았다. 기성용을 중심으로 구자철 황의조 이청용 이재성이 전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골 찬스를 노렸다. 좌우 풀백으로 나선 김진수와 장현수도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지원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필드플레이어 10명이 전원 수비에 가담한 레바논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면서 애를 먹었다. 전반 13분에는 김기희가 중원에서 길게 이어준 패스를 구자철이 아크 오른쪽에서 살짝 떨궈줬고, 이를 황의조가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연결했지만 수비수 몸에 맞으면서 문전으로 향하지 못했다. 전반 33분에는 구자철의 코너킥이 문전 오른쪽에 있던 장현수 쪽으로 향했고, 장현수가 재차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가 수비수 몸에 맞고 흐르자 황의조가 문전 정면에서 오른발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슈틸리케호는 공세를 강화하면서 득점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후반 13분 상대의 긴패스에 왼쪽 수비가 한 번에 무너지면서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비록 핸들링 파울 선언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가슴철렁한 순간이었다. 후반 18분에는 황의조가 문전 왼쪽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오른발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로 살짝 빗나가면서 땅을 쳐야 했다.
레바논은 수비를 강화하면서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4분 황의조 대신 이정협(울산 현대)을 투입하면서 변화를 택했다. 하지만 공격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자 후반 34분 남태희(레퀴야)에 이어 2분 뒤 하루 전 팀에 합류한 석현준(포르투)까지 내보내면서 승부를 걸었다.
한국은 후반 44분 이청용이 레바논 진영 중원에서 강력한 중거리포를 시도했으나 레바논 골키퍼 정면에 안기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극적인 결승골은 이정협의 발에서 터졌다. 후반 47분 기성용이 레바논 수비진을 뚫고 왼쪽 측면으로 들어가 올린 왼발 크로스를 문전 왼쪽으로 쇄도하던 이정협이 넘어지며 오른발을 갖다댔고 그대로 골로 연결, 1대0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 됐다.
레바논전을 마친 슈틸리케호는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 27일 방콕에서 태국과 평가전을 갖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