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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 종영③] '존재甲' 잊지 못할 육룡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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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천호진부터 김명민, 유아인, 신세경, 변요한, 윤균상까지 여섯 용사의 명품 연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던 50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연기 볼 맛을 더한 '존재감 갑(甲)'이 있었다. 바로 육룡의 '심(心)스틸러' 육룡의 사람들이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김영현·박상연 극본, 신경수 연출)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명배우' 천호진, 김명민을 비롯해 유아인, 신세경, 변요한, 윤균상 등 '대세' 배우들이 육룡으로 변신해 훨훨 날아올랐다. 물론 주인공이었던 이들의 활약은 두말할 것 없이 완벽했고 경이로웠지만 이들만큼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특급' 조연들이 대거 등장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렇다면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시청자의 허를 찌른 반전의 인물, 재조명된 인물은 누가 있을까?

▶ 새 나라에 목숨 건 정도전의 오른팔, 연희

비록 육룡의 일원으로 구성되지 못했지만 육룡만큼 조선 건국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 인물 연희(정유미)다. 과거 권문세족의 가노에게 겁탈을 당한 후 복수의 칼을 간 그는 화사단 전설의 흑첩 자일색으로 변신, 정도전(김명민)과 초영(윤손하) 사이에서 이중 첩자로 활동하다 정도전 일파로 흡수됐고 죽는 그 날까지 정도전을 보좌했다. 이방지(변요한)의 첫사랑이기도 했던 그는 후반부 이방지와 못다 한 연정을 품을 듯 로맨스 기류를 보였지만 이방원(유아인)이 일으킨 제1차 왕자의 난으로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정도전을 살리기 위해 이방지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자결하며 최후를 맞은 비운의 캐릭터다.

▶ 역대 최고의 비주얼 고수, 길태미

고려의 권력을 틀어쥔 도당 3인방 중 하나이자 삼한제일검으로 불리는 고수 길태미(박혁권). '육룡이 나르샤' 초반 시청률을 담당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역대 최강 캐릭터다. 화려한 치장과 장신구를 하고 파격적으로 등장해 눈도장을 찍은 길태미는 무엇보다 촐랑대는 성격 뒤 잔혹한 면모를 감춘 이중적 모습으로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성계(천호진)가 일으킨 정변으로 권력을 잃고 이후 이방지와 대결을 끝으로 장렬한 죽음을 맞았지만 이후 쌍둥이 형 길선미(박혁권)의 등장하면서 길태미의 아쉬움을 달랬다.

▶ 고려의 마지막 수호자, 정몽주

성균관 시절부터 정도전과 돈독한 우정을 쌓은 고려 최고의 문신 정몽주(김의성). 고려를 향한 일편단심과 대쪽같은 소신을 가진 사대부 수장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특히 정도전의 간곡한 설득에도 굴하지 않고 고려를 지키고자 했던 그는 결국 선죽교에서 '단심가'를 외치며 이방원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다. '육룡이 나르샤'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선죽교의 비극'을 탄생시킨 김의성은 마치 620년전 정몽주가 살아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 고려 절세 가인(歌人)이자 곡산검법 마지막 전승자, 척사광

공양왕(이도엽)의 여인으로 중반부 깜짝 등장한 윤랑(한예리). 아름다운 춤사위로 공양왕을 비롯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윤랑은 공양왕이 위험에 빠지면서 실체였던 척사광임을 밝혀 반전을 전했다. '식스센스'도 울고 갈 최고의 반전 캐릭터였던 척사광은 공양왕이 처형된 후 공양왕의 아들과 반촌에 들어가 살지만 그마저 허락되지 않는 얄궂은 운명을 가진 캐릭터다. 자신의 행복을 빼앗은 이들을 복수하기 위해 다시 칼을 꺼냈지만 이 또한 성공하지 못하며 비극적인 죽음으로 생을 마무리했다.

▶ 충심으로 가득 찬 이방원의 오른팔, 조영규

이성계의 사병 출신으로 어릴 적 이방원부터 이방원의 호의를 맡은 조영규(민성욱). 이방원의 곁에서 알뜰살뜰 보필하며 어떤 순간에도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충신이다. 선죽교의 비극에서는 이방원을 대신해 직접 철퇴로 정몽주를 내리치며 모진 수고를 마다치 않았고 이후 이방원의 또 다른 수족인 무휼(윤균상)이 흔들릴 때도 "도련님을 믿자"며 이방원의 사람을 지켰다. 특히 제1차 왕자의 난 당시 무기고에서 척사광의 칼에 맞아 죽게 되지만 죽는 그 순간에도 이방원에 대한 신의를 잃지 않고 무기고를 지키려는 충심을 보여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셨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육룡이 나르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