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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조덕제 수원FC 감독이 깨운 '미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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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수원FC는 분주한 겨울을 보냈다.

지난 시즌 승격의 기적을 썼던 자파(메이저우), 시시(레흐 포즈난), 권용현(제주) 등 주축 멤버 중 절반 이상이 팀을 떠났다. 대신 무려 12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가빌란, 오군지미, 레이어 등 빅리그 경험이 있는 외국인선수 3명을 비롯해 전 포지션에 걸쳐 다양한 선수들을 데려왔다.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간절함'이다.

예산이 크게 늘었다고 하나 수원FC의 예산은 여전히 클래식팀 중 최하 수준이다.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쓸 수 없었다. 조 감독은 한가지 원칙을 세웠다. 바로 '성공에 대한 굶주림'이었다. 남들보다 한발 더 뛰어야 하는 자신의 축구에서 '간절함'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재능은 있었지만 꽃을 피우지 못한 미생들을 하나둘씩 모았다. 전북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승현, 울산에서 실패한 김근환, 여러 팀을 전전하던 이광진과 이재안, 부상과 부진으로 잊혀지던 이승렬 등이 조 감독의 품에 안겼다. 외국인선수도 마찬가지다. 이름값은 있었지만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독기를 품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 수원FC는 겨우내 완벽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영입파들 대부분이 지난 시즌까지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탓이었다. 연습경기에서 90분 풀타임으로 뛴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세밀한 훈련 대신 컨디션 회복에 집중해야 했다. 개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조 감독은 이들의 독기를 적절히 자극했다. 뛰고 싶은 이들의 심리를 이용했다. 조 감독은 챌린지 시절부터 베스트11을 정하지 않고 당일 컨디션으로 선발명단을 짰다. 출전의 기회를 부여받은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뛰었다. 전남전, 성남전 모두 수원FC가 후반전을 지배했다. 상대는 수원FC의 압박과 기동력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조 감독식 밀당도 주효했다. 조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 흔한 비디오 미팅도 하지 않는다. 선수들과 얘기를 할때도 따로 미팅을 잡기 보다는 평소 느꼈던 것 들을 툭툭 던지는 정도다. 선수들 스스로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조 감독은 전남과의 개막전이 끝난 후 다소 부진했던 이승현과 이재안에게 "그런 식으로 뛰면 안된다"는 자극을 줬다. 두 선수는 성남전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경쟁이 치열하자 외국인선수도 자극을 받는 모습이다. 부상에 시달리던 오군지미와 가빌란 모두 다음 경기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군지미는 사실 성남전에 20분 정도라도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더 큰 부상을 우려한 조 감독이 만류했다. 가빌란도 몸이 회복되자마자 훈련을 시작했다. 아직 경기에 나서지 못한 다른 선수들도 출전을 위해 열심히 훈련 중이다. 초반 2경기에서 2무를 거두며 연착륙에 성공하자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 조 감독은 "이들이 정상 컨디션으로 가세한다면 더 좋아질 수 있다. '하고 싶다'를 '할 수 있다'로 바꿔주는 게 내 몫"이라고 웃었다. 무뚝뚝한 조 감독이 '미생'들을 조금씩 깨우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