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의 지난해 역할을 주로 톱타자였다. 517타석 가운데 1번 타자로 299타석, 2번 타자로 105타석, 3번 타자로 69타석을 소화했다. 그러나 올 시즌, 1번이 아닌 2번이 그의 고정 타순이 될 조짐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전체적인 짜임새를 위해선 손아섭이 2번을 맡는 게 이상적"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출루 능력과 클러치 능력을 모두 지니고 있다. 발도 빨라 작전수행능력 역시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사령탑들은 '강한 2번 타자' 보유에 따른 빅이닝 생산을 추구하는데, 손아섭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 감독은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1번 정 훈이 제 역할을 한다면 손아섭-황재균-아두치-최준석-강민호가 모두 타점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그런데 손아섭은 이번 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오프 시즌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애리조나 1차 캠프를 건너 뛴 뒤 가고시마 2차 캠프에 중도 합류했다. 캠프에서 그의 일과는 비교적 가벼운 훈련을 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일. 따라서 시범경기 동안 공이 제대로 보일 리 없었다.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긴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조 감독도 처음에는 무리시키지 않고 적응할 시간을 줬다. 시범경기 초반 대타, 다음에는 지명 타자로 두 타석 정도를 소화하게 한 뒤 서서히 우익수로 출전시켰다. 옆구리 통증이 재발하면 팀의 한 시즌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법.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이후 차근차근 타석 수를 늘린 손아섭은 19일 부산 한화전에서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손 맛을 봤다. 개인적으로도 기다리던 한 방이었다. 21일 현재 시범경기 성적은 11경기에서 28타수 6안타 타율 0.261에 2타점 4득점.
하지만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니라는 게 그의 말이다. 준비가 늦은 만큼 만족할 만한 타격은 나오지 않다고 자평했다. 손아섭은 20일 "홈런을 쳤지만 아직 멀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전날 홈런에 대해 짧은 소감을 전했다. 이어 "좀 더 페이스가 올라와야 한다"면서 타격 훈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이런 손아섭을 지켜본 조원우 감독은 "(손)아섭이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 올해도 제 몫을 해 줄 타자 아니냐"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