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불시에 찾아온다. 경쟁자의 부상이든, 소속팀 환경의 변화든 미리 예측할 순 없지만 중요한 건 올때 확실히 잡아야 한다. 2차 드래프트로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외야수 장민석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온 듯 하다.
장민석이 한화 외야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를 거쳐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한화에 합류한 장민석이 최근 시범경기에서 중용되고 있다. 외야 라인의 한 축을 책임지는 동시에 3번 타선에 꾸준히 기용되며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시범경기 6경기에서 벌써 22타석을 소화중이다. 시범경기 규정타석(31타석)에 약간 못미치는 숫자. 거의 주전급으로 나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16일 대전 LG전에서부터는 4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고 있다. 수비 위치와 타순은 다양하다. 16일에는 1번 중견수로 나와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17일 대전 SK전때는 6번 우익수였다. 이날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2타점을 올렸다. 18일 경기가 우천 취소된 후 19일 부산 롯데전에는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타점을 수확했다. 이어 20일 롯데전 때는 2번 중견수로 나왔지만, 3타수 무안타였다.
이렇듯 장민석은 최근 4번의 선발 출전에서 1번-6번-3번-2번 타자로 골고루 나서며 2할3푼5리에 3타점을 올리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다양한 타순에서 시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안정된 수비력과 빠른 발 덕분이다. 장민석은 시즌 20도루 이상을 3번이나 기록했다. 장민석에게 기대하는 면이 바로 이 점이다. 빠른 발로 둔한 외야 라인에 활력과 안정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존재다.
이는 지난해까지 팀의 주전 외야수였던 김경언의 컨디션 난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김경언은 스프링캠프 막판 종아리 등의 부상으로 현재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서산에서 재활 중이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은 시범경기에서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김 감독의 방침에 따라 김경언 대신 장민석이 중용되고 있는 것.
현재 한화 외야 라인은 스피드가 떨어진다. 최진행과 이성열, 정현석 등이 있는데 느리다. 장타력은 뛰어나지만 주루나 수비 안정도 면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 장민석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꼭 선발이 아니더라도 경기 중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맞춰 대수비나 대주자로 기용할 수 있기 때문. 관건은 타격이다. 장민석이 타격 능력까지 입증한다면 내친 김에 주전 자리를 넘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시범경기 장민석의 타율은 2할5푼이다. 애매한 수치다. 적어도 2할8푼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장민석의 커리어 하이 기록은 넥센 히어로즈 소속이던 2010년에 기록한 2할8푼3리(119경기 123안타)다. 이 당시 도루를 41개나 기록한 적이 있다. 6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때에 버금가는 기량을 회복하면 한화 외야의 한 자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