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건의 발품스토리]농구 '엘클라시코'를 아시나요?

by

[바르셀로나(스페인)=이건 스포츠조선 기자]함성과 야유가 교차했다 박수와 손가락 욕설도 엇갈렸다. 결론은 '카탈루냐' 함성이었다. 그리고 '바르싸, 바르싸, 바르싸!'가 울려퍼졌다.

17일 밤(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치열한 전쟁이 펼쳐졌다.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격돌했다. '엘 클라시코'였다. 장소는 노우캄프가 아니었다. 노우캄프와 미니 에스타디오 사이에 있는 체육관 '팔라우 플라가라'였다. 농구판 엘 클라시코였다.

원래 바르셀로나 현지 취재는 16일 바르셀로나와 아스널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까지였다. 그런데 15일 계획을 바꿨다. 노우캄프 바로 옆 팔라우 플라라가 앞 매표소에 붙어있는 포스터 한장 때문이었다. 17일 저녁 8시 45분 바르셀로나 농구팀과 레알 마드리드 농구팀의 유로리그 맞대결이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농구팀은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축구만큼이나 유서깊은 팀들이다.

바르셀로나 농구팀은 1926년 창단했다. 현재 이름은 바르셀로나 라사다. 라사는 타이어회사 이름이다. 1993년부터 바르셀로나 농구팀은 팀 명칭을 팔았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는 바르셀로나 방카 카탈라나였다. 이후 스폰서에 이름을 넣지 않다가 2004년 다시 부활했다. 윈터후르 바르셀론, 악사 바르셀로나 레갈 바르셀로나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국내리그에서는 18번 우승했다. 컵대회에서는 23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농구의 유럽 챔피언스리그인 유로리그에서는 2차례 정상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는 1931년 창단했다. 정식 명칭은 레알 마드리드 발롱세스토(농구)다. 구단 명칭을 파는 바르셀로나와는 다르게 홈구장 이름을 스폰서들에게 내준다. 현재 홈구장은 바클레이카드 센터다. 스페인에서는 최강팀이다. 리그에서 32번 우승을 차지했다. 1959년부터 1966년까지 7연패, 1967년부터 1977년까지 10연패를 일궈냈다. 컵대회에서는 26번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다. 유로리그에서도 9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로리그 최다우승팀이다. 지난시즌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챔피언이기도 하다.

양 팀에게 17일 경기는 너무나 중요했다. 유로리그 톱 16 10번째 경기였다. 유로리그는 유럽 각국의 톱팀 24개가 참가한다. 4개팀씩 6개조로 나뉘어 홈앤어웨이로 경기를 펼친다. 상위 16개팀을 추린다. 다시 8개팀씩 2개조로 나눈다. 홈앤어웨이로 경기를 한 뒤 8개팀을 뽑는다. 이때부터는 토너먼트다. 각각의 대진을 붙여서 5전 3선승제의 시리즈를 치른다. 4강은 독일 베를린에서 단판 승부로 우승팀을 가린다.

이날 경기 전까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5승5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승리하는 팀은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여기에 상대에게는 절대로 져서는 안된다.

1월 21일 열렸던 첫 맞대결에서는 바르셀로나가 87대86으로 승리했다. 전반까지는 11점차로 지고 있었다. 후반 들어 대역전을 이끌어냈다.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설욕을, 바르셀로나로서는 다시 한 번 짜릿한 승리를 원했다.

경기장 분위기는 대단했다. 축구 엘클라시코 못지 않았다. 7000석의 경기장은 관중들로 가득했다. 본부석 양쪽 코너에는 바르셀로나의 열혈 써포터들이 자리했다. 경기 내내 서서 서로 응원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은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워낙 규모가 작은 체육관이기에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7000여 관중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많은 이들이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경기 시작 전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나오자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곳곳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등장에는 함성과 함께 'el cant del barca'가 흘렀다. 바르셀로나 공식 주제가다. 다들 함께 따라 불렀다.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바르셀로나는 엄청난 기세로 레알 마드리드를 몰아쳤다. 1쿼터를 25-4로 마무리했다. 2세트까지도 40-29로 여유있게 앞섰다. 3쿼터 들어 레알 마드리드의 반격이 시작됐다. 3쿼터 결과 52-51, 1점차였다.

4쿼터는 라이벌전다웠다. 서로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했다. 결국 막판 집중력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앞섰다. 응원의 힘이 컸다. 팬들은 바르셀로나가 공격할 때는 함성을, 레알 마드리드가 공격할 때는 엄청난 야유를 쏟아냈다. 중요한 순간에는 7000여 팬들이 모두 카탈루냐 기를 들고 '카탈루냐'를 외쳤다. 일방적인 응원에 힘입어 에이스 토마스 사토란스키가 20점을 쏟아부었다. 중요한 순간 덩크슛을 내리꽂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결국 72 대 65. 바르셀로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승리가 확정되자 7000여 바르셀로나 팬들은 다들 기립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el cant del barca'를 목청껏 불렀다. 축구 엘클라시코에서의 승리와 다르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라이벌전 승리를 발판으로 16강 E조 3위로 올라섰다. 레알 마드리드는 4위로 한계단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