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의 전쟁'이 시작됐다.
17일 서울 신사동 KBL센터에서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프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기대되는 챔프전이다. 절대적 에이스 안드레 에밋과 애런 헤인즈의 맞대결. 정규리그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였던 조 잭슨과 전태풍의 충돌. 게다가 하승진을 중심으로 강력한 골밑을 구축, 정통농구를 펼치는 KCC와 이승현 문태종 김동욱 최진수 허일영 등 풍부한 포워드진을 바탕으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몰볼을 추구하는 오리온의 맞대결이다.
▶추의 농담
두 팀이 살아남았다. 추승균 감독이 이끄는 KCC와 추일승 감독이 지휘하는 오리온이다.
공교롭게 흔치 않은 성씨를 가진 사령탑의 맞대결이다. 이른바 '추의 전쟁'이다.
여기에 대해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가문의 영광이다. 집안 일이기 때문에 비 공개로 게임을 하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흔치 않은 성씨인데, 다른 감독들보다 더 반갑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승균 감독 역시 "기자 분께서 이름을 잘 써 주시기 바란다"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추승균 감독은 "차분하시고, 공부를 많이 하신다고 들었다. 전술적으로 여러가지 변화를 주신다"며 "평소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인연이 없었다. 챔프전이 끝난 뒤 대화를 한번 나눠보겠다"고 했다.
추일승 감독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추승균 감독은 집안의 자랑이다"라고 또 다시 농담을 했다. 추승균 감독은 현역 시절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마지막으로 "우리 집안이 그렇다. 사람들이 다들 참 좋다"는 농담을 던졌다.
▶전태풍의 돌출발언
KCC 전태풍은 인터뷰에서 매우 '핫'하다.
한국어를 곧잘 구사하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반전의 미학이 있다. 또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하다. 전태풍은 오리온에서 뛰었지만, 수비 문제 때문에 출전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 게다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조 잭슨과 신경전이 심했다.
그는 "오리온에 기억이 좀 안 좋다"며 "조 잭슨을 막을 때 매치업이 좀 힘들다. 아직 24살 애기이고, 내가 (그 친구와 같은 나이의 아들을 둔) 아빠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한 술 더 떠 "일단 조 잭슨의 뚜껑을 열어주면(열받게 하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승공약
KCC 추승균 감독은 "우승하면 덩크슛을 하겠다"고 했고, 추일승 감독은 "다음 시즌 개막전 관중에게 초코파이를 쏘겠다"고 했다.
오리온 이승현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그는 "우승하면 감독님께서 저를 업고 (코트를) 한바퀴 돌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승현은 1m97, 105㎏로 나와있다. 추 감독은 1m86,90㎏이다.
처음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말한 전태풍은 뒤늦게 "감독님이 나에게 1대1을 시켜주시면 무조건 우승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안드레 에밋에게 공격기회를 많이 주는 KCC다. 여전히 전태풍은 공격에 목말라 있다.
▶변수들
추승균 감독은 "포워드진의 (4강) 출전시간이 많지 않아서 문제"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오리온의 포워드진이 강력하기 때문에 생긴 걱정이다. 정희재 김태홍 등이 잘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오리온의 포워드진과는 클래스 차이가 있다. 변수는 송교창이다. '양날의 검'이다. 2m의 높이와 뛰어난 스피드를 지닌 그가 어떤 수비를 하고, 어떤 리바운드를 잡아내느냐(하승진과 힐의 리바운드 폭이 넓지 않다)에 따라 경기 흐름은 미묘하게 바뀔 수 있다.
추승균 감독은 이미 전날 전화통화에서 "오리온 포워드진에 대항하기 위해 송교창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비중을 높일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미디어데이에서 "송교창을 잘 써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추일승 감독은 두 가지를 지적했다. "일단 하승진과 에밋을 제외한 나머지를 봉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태풍의 덩크슛, 하승진의 3점슛을 주는 방향으로 수비해야 한다"는 것도 일맥상통한 부분. 체력적인 부담도 얘기를 했다. "장기전이 되면 체력적으로 우리가 힘들 수 있다"고 했다. 높이가 떨어지기 때문에 많은 움직임에 따른 체력 손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이승현의 경우 하승진을 막을 때 체력이 빨리 방전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포함돼 있다. 하승진은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외곽포를 적절히 가동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야투율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