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정치, 불가분의 관계다.
주어가 어느 단어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헌장',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관을 통해 정치적인 간섭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페어 플레이'가 근간인 스포츠 본연의 순수성과 자율성을 침해받지 않기 위한 나름의 안정 장치다. 실제로도 작동한다. 슈틸리케호는 29일 쿠웨이트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최종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쿠웨이트축구협회의 자격 정지가 풀리지 않아 무산됐다. FIFA는 지난해 쿠웨이트의 체육 관련 법률이 정부의 체육단체 행정 개입을 가능하도록 개정됐다는 이유로 국제 축구계에서 퇴출시켰다. 법률이 재개정되지 않는 한 쿠웨이트의 자격 정지는 유지된다.
반면 국가의 스포츠 발전을 위한 지원책은 전혀 다른 문제다.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국내 스포츠계가 요동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종목별 가맹 단체와 연합회가 한 살림을 차리고 있다. 축구도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전국축구연합회가 통합됐다.
아울러 스포츠를 바라보는 눈도 진화하고 있다. 문화를 넘어 산업으로 인정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스포츠 산업화를 위한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2014년 41조원 규모인 스포츠산업 시장을 2018년까지 53조원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은퇴 선수 지원, 일자리 창출, 학교 및 국민 체육 활성화 등이 주요 어젠다로 떠올랐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박수받을 정책이다.
한국은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다. 스포츠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선진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스포츠의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다. 관람 스포츠와 참여 스포츠가 탄탄한 뼈대를 구성하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반면 한국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스포츠는 생활이지만 인식 또한 '고급'보다는 '저급'에 가까웠다. '일회성'으로 도구화된 측면도 없지 않다.
다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실과 동떨어지면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의 현주소를 속속들이 잘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육계도 정치적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가감없이 전달돼야 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19대에선 이에리사 의원(탁구)과 문대성 의원(태권도)이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문대성 의원이 부산 사하를 떠나 인천 남동갑에서 재선을 노린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무학여고와 신탁은행에서 농구선수 생활을 한 김영주 의원이 서울 영등포갑에서 3선에 도전한다.
체육계 출신 정치 지망생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또 한번 도전장을 냈다. 그는 김해을의 새누리당 단수추천 후보로 확정됐다.
깜짝 인물도 있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다. 그는 최근 새누리당 총선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했다. 원내 입성에 성공할 경우 축구계에선 경기인 출신 첫 국회의원이 된다. 허 부총재의 이력은 화려하다. 현역 시절에는 한국의 간판 미드필더였다. 그는 1980년 네덜란드의 명문 PSV에인트호벤에 입단, 세 시즌동안 77경기에 출전, 15골을 터트렸다. 32년 만의 본선 진출에 성공한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선 당대 최고의 스타인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를 전담 마크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지도자로서도 한 획을 그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박지성 차두리(이상 은퇴)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등을 이끌고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거친 그는 지난해 프로연맹 부총재에 선임됐다.
허 부총재의 총선 도전에 축구계도 환영 일색이다. 허 부총재는 축구계를 넘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비례대표 신청을 하게 됐다"며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되고 있다. 긍정적인 흐름이다. 그동안 엘리트 체육은 많은 성과가 있었다. 지금은 국가가 국민 건강도 책임져야 한다. 생활체육도 책임져야 할 시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문제는 보완돼야 한다. 지원 체계가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있는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치는 물론 스포츠도 삶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도, 스포츠도 더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