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상주시민운동장.
경기장 바깥엔 진풍경이 펼쳐졌다. 천막에 마련된 임시 부스로 향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 속에 경기 킥오프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인파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팬들이 수고를 무릅쓰고 기다린 것은 다름아닌 '군대리아(군대+햄버거 프렌차이즈 업체 브랜드 합성어)'였다.
상주 상무 구단 프런트들은 울산 현대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기발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동안 '현역 장병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군대리아'를 팬들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군대리아'는 겉으론 일반 햄버거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다진 고기 패티 뿐만 아니라 잼과 가공 샐러드, 치즈가 곁들여져 특유의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치고 힘든 군 생활 속에 사회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주말에만 맛볼 수 있는 '특식'이기도 하다. 최근 병영 체험을 모티브로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상주는 어엿한 지역 연고 구단이다. 그러나 군 복무자로 선수단이 채워지는 태생적 한계 탓에 지역 밀착 활동에 매년 어려움을 겪어왔다. 상주 프런트는 태생적 한계로 인한 홍보 딜레마를 '재치'로 풀어내기로 했다. '군팀'이라는 꼬리표를 되려 전면에 내세워 흥미로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준비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대부분 군납인 '군대리아' 재료는 대량 주문이 원칙이다. 상주가 기획한 '군대리아' 1100개로는 수지타산이 안맞다는 답만 되돌아 올 뿐이었다. 구단직원들이 납품업자들을 설득 또 설득하고 재료를 직접 공장에서 받아오겠다는 약속까지 한 뒤에야 비로소 'OK사인'이 떨어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긴 행렬이 이어졌다. '군대리아' 1100개는 경기 시작이 임박하자 동이 나면서 '완판(완전판매의 줄임말)' 됐다. TV 속에서만 '군대리아'를 봐왔던 여성 팬 뿐만 아니라 옛 복무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 남성 팬들까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군대리아'을 손에 쥐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상주는 난적 울산을 2대0으로 완파하면서 클래식 복귀전을 기분좋은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상주 구단 관계자는 "상주는 인구가 10만에 불과한 도시인데다 군팀이라는 선입견 탓에 홍보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준비하면서도 기대반 걱정반이었는데 이렇게 호응이 좋을 줄 몰랐다"고 반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반응이 계속 좋다면 홈 경기에서 '군대리아' 뿐만 아니라 병영 먹거리의 정식 판매도 고려해 볼 생각"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