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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과 지옥' 오간 제주 권한진 "죽다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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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났다."

제주의 중앙수비수 권한진(28)은 1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홈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권한진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17분 인천의 케빈에게 반칙을 했다.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1-1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후 정 운이 역전골을 넣었고 후반 38분 권한진이 쐐기골을 터뜨렸다. 제주가 3대1로 승리했다. 권한진은 "내 반칙으로 동점을 내줬다. 다행히 팀이 역전했고 나도 쐐기골을 넣었다"며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 같다. 정말 죽다 살아났다"고 말했다.

부담이 컸다. 주전급 수비자원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이었다. 알렉스는 중국 슈퍼리그 텐진 테다로 이적했다. 주장 오반석은 스포츠탈장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권한진은 "부담감이 있었다. 지난 시즌 못 이겨본 인천이라 더 그랬다. 이겨서 기쁘고 골까지 넣어서 더 좋다"고 했다.

권한진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단 한번도 K리그에서 뛴 적이 없었다. 어떤 축구인생을 살아왔을까.

한 때 유망한 미드필더였다. 권한진은 "어렸을 때 미드필더로 많이 뛰었다"고 말했다. 마산공고 시절 중원의 핵이었다. 변수가 생겼다. 1년에 키가 10cm 이상 자랐다. 권한진은 "갑자기 키가 컸다. 성장과 동시에 내 플레이가 애매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권한진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당시 코치가 중앙 수비수 전향을 제의했다"며 "그때 제의하신 분이 지금 제주 감독인 조성환 감독"이라며 웃었다.

조 감독은 당시 마산공고 코치였다. 조 감독의 지도 아래 한층 성장했다. 경희대에 진학했다. 또 한차례 변화가 일었다. 권한진은 "대학무대에서 공격수로 뛰었다. 1년에 20골 이상 넣었다. 정우영 오재석 등 멤버가 좋았다. 전국대회 3관왕도 했다"고 말했다. 대학무대 활약으로 유니버시아드대표팀에 발탁됐다. 탄탄대로일 것 같았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다. 부상이었다. 권한진은 "왼무릎 연골이 안 좋았다. 유니버시아드대표팀 대회 출국 하루 전에 팀을 나왔다. 도저히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술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삶은 '생지옥'이었다. 권한진은 "하루에 10~11시간씩 재활에 몰두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정말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재활을 마치고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 J리그 명문 가시와 레이솔 입단제의가 왔다.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 권한진은 벤치에 머물렀다. 이후 권한진은 일본 2부 리그인 군마, 구마모토를 거쳤다. 그리고 올 겨울 제주의 부름을 받았다.

권한진은 "나는 K리그에서 무명이다. 제주에는 오반석 이우진 백동규 등 이름있는 선수들이 있다"면서도 "나도 내 장점을 살릴 것이다. 어느 팀에 가도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팀의 성공이다. 그는 "경쟁에 연연하지 않겠다. 팀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몸을 던질 각오가 돼있다. 제주가 리그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루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