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가 '강호' 수원 삼성과의 2016년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2대0으로 완승했다. 창단 이후 3년만에 첫 개막전 승리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을 메운 1만5000여 명의 만원관중이 뜨겁게 환호했다. '로열 블랙'의 검은 물결이 넘실댔다.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 한마디로 흡족함을 표했다. "성남, 역시 예상을 뛰어넘죠?" 자부심이 가득했다.
▶'까치두목' 김두현의 품격이 빛난 개막골
리더이자 주장인 김두현의 품격이 빛났다. 전반 내내 일진일퇴의 공방을 이어갔다. '까치두목' 김두현이 자신감 넘치는 몸짓으로 균형을 깨뜨렸다. 후반 3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김두현이 페널티박스 안까지 파고들었다. 수비수 2명을 순식간에 따돌리더니 왼쪽으로 몸의 중심을 돌린 후 왼발로 노려찼다. 벼락같은 슈팅은 왼쪽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었다. 영리한 드리블부터 침착한 피니시까지 모든 과정이 완벽한 '슈퍼골'이었다. 김두현의 이 한골은 수원을 흔들어놓았다. 0-0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졌다. 김두현의 골은 2016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전 첫골로 기록됐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골의 순도와 감각이 달랐다.
▶외국인선수 근심 날린 티아고의 추가골
후반 10분 성남의 추가골이 터졌다. 자신이 만든 찬스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티아고의 집념이 빛났다. 가슴 트래핑 후 시도한 첫번째 슈팅이 수원 수비수 신세계에게 막혔지만 세컨드볼을 재차 때려 끝내 밀어넣었다. 김두현의 선제골 후 불과 7분만에 터진 티아고의 쐐기골에 성남으로 분위기가 넘어갔다.
티아고의 개막전 골은 의미 있다. 성남FC는 창단 이후 외국인선수 영입에 재미를 보지 못했다. 토종 선수들의 활약에 비해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지난해 포항에서 뛴 브라질 산투스 출신 1993년생 공격수 티아구는 올시즌 성남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지난 시즌 25경기에서 4골3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적응을 마친 티아구는 성남 이적 후 첫 경기부터 골을 터뜨렸다. 이날 성남이 기록한 12개의 슈팅중 5개의 슈팅을 책임졌고, 이중 3개가 유효슈팅이었다. 성남의 외국인선수 갈증을 풀어줄 해결사로 떠올랐다.
▶'무실점'으로 지켜낸 개막전 첫승
성남은 최전방 황의조부터 최후방 김동준까지 첫경기부터 단단한 조직력을 보여주며 올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성남 유스 출신 올림픽대표팀 주전 골키퍼, 21세의 김동준 역시 프로 데뷔전에서 신인답지 않게 침착했다. 후반 6분 한차례 수비진과의 호흡이 빗나가며 자책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실수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후반 15분 김종민의 오른발 슈팅을 막아낸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무려 21개의 슈팅을 쏘아올린 수원의 맹공속에 연거푸 슈퍼세이브를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수원 삼성은 염기훈(슈팅 6개), 권창훈(슈팅 4개)이 끊임없이 골문을 노렸지만, 센터백 윤영선, 사이드백 장학영 등 노련한 성남 수비라인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완승을 지켜냈다.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이날 탄천종합운동장엔 무려 1만4504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성남 자체 집계는 1만5796명이다. 지난 시즌 홈 개막전 관중 6521명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성남, 역시 예상을 뛰어넘죠?"라는 구단주의 자신감처럼 시민과 함께하는 3년차 성남FC의 약진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