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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더비' 소주는 징크스 깬 조성환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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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제주 감독(46)이 소주 한 잔 사게 됐다.

제주가 1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홈경기에서 3대1로 승리했다. 조 감독은 이날 승리로 지난 시즌부터 꼬리를 이어온 지긋지긋한 인천전 무승 징크스를 깨뜨렸다.

당초 조 감독과 김도훈 인천 감독 간의 '절친더비'로도 관심이 모아진 대결이였다. 두 감독은 1970년생 동갑내기 절친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악연이 됐다. 제주와 인천의 수장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상황이 됐다. 지난 시즌 두 감독은 총 4차례(FA컵 포함) 맞부딪혔다. 조 감독은 1무3패로 단 한번도 웃지 못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는 조 감독이 앞섰다. 지난 시즌 인천을 누르고 정규리그 33라운드 6위를 기록, 상위스플릿에 진출했다. 당시 조 감독은 김 감독에게 '위로주'를 사겠다고 했었다.

이것이 화근이 됐다. K리그 개막을 앞두고 7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은 "조 감독에게 위로주를 얻어 먹지 못했다"며 "제주와의 개막전에서 승리시 나는 꼭 술을 사겠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소주를 사고 싶기는 조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김 감독 보다는 술을 못하지만 승리하면 김 감독에게 소주 한잔 살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렇게 시작된 절친의 소주 내기. 김 감독은 '늑대축구 시즌2'를 선언하며 필승을 다짐했다. 김 감독은 강한 압박, 빠른 공격으로 제주를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조 감독은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인천을 공략할 생각"이라며 "적절히 롱패스를 섞어 빈 공간을 공략한다면 더 효율적으로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전반 31분 이광선의 선제골이 터질 때까지만 해도 제주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후반은 다른 그림이었다. 케빈을 필두로 인천이 기세를 올렸다. 결국 후반 17분 권한진이 케빈의 유니폼을 붙들어 페널티킥을 내줬다. 키커로 나선 박세직의 슈팅이 골키퍼 김호준의 손에 걸렸지만 재차 슈팅 1-1 동점이 됐다. 이후 인천의 기세에 밀리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24분과 후반 38분 터진 정 운과 권한진의 연속골로 3대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기분 좋은 첫 걸음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조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천을 만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 시작이 좋은 만큼 이 분위기를 리그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김 감독이 경기 끝나고 마지막 비행기로 올라가기 때문에 오늘 술을 살 수 없다. 하지만 시즌 끝나고 시간을 만들어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꼭 술 한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