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K리그 개막과 함께 사라진다.
봄의 전령사인 K리그가 드디어 꽃망울을 터트린다.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이 12일 개막된다. 첫 장부터 '대박'이다. '절대 2강'인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충돌한다. 전북은 K리그 챔피언 서울은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공식 개막전에 초청됐다. 이날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휘슬이 울린다.
겨우내 K리그 개막을 기다린 팬들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역대 최고의 개막전 재료를 받아 든 전북은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홈 개막전 최다 관중(2002년 안양LG·현 서울전 3만1520명)을 경신하겠다고 선언했다. 내심 4만명을 넘어 만원 관중도 꿈꾸고 있다.
8개월간 이어지는 대장정의 첫 단추다. 프로축구연맹도 K리그 개막을 맞아 올 시즌 300만 관중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해 입장 관중인 212만5644명보다 41.1% 증가한 수치다. 클래식의 경우 평균 관중 7000명선을 넘어 1만명에 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과 희망이 물결치고 있는 가운데 전주성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K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전북이냐, 2012년 K리그 우승 이후 4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서울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무승부도 경우의 수다. 시즌내내 극한 대립을 펼쳐야 할 2강의 첫 빅뱅, 그 속을 들여다봤다.
▶崔씨 고집, 양보는 없다
두 사령탑 모두 승부욕의 화신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미 '너를 넘어야 내가 산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 팀 만큼은 내 발밑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질문에 최강희 감독은 "서울", 최용수 감독은 "전북"을 지목했다.
최강희 감독은 정상을 지켜야 하고, 최용수 감독은 빼앗아야 한다. 최용수 감독은 이미 전북의 독주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최강희 감독은 겨울이적시장에서 '역대급 영입'으로 변화를 꾀했다. 김신욱 김보경 이종호 로페즈 고무열 파탈루 김창수 임종은 최재수 등이 녹색 유니폼을 입었다. '폭풍 영입'으로 주목받았다. 서울은 '알찬 영입'으로 맞불을 놓으며 전북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K리그 최고의 해결사로 한 시대를 풍미한 데얀이 돌아온 가운데 신진호 주세종 유 현 조찬호 정인환 등이 가세했다.
먼저 뚜껑이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선 서울이 한 발 앞섰다. 2경기에서 무려 10골을 몰아치며 전승을 기록했다. 반면 전북은 1승1패로 희비가 교차했다.
최용수 감독은 "전북이 K리그 2연패를 했지만 객관적으로 전북 축구가 압도적으로 리그를 평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폭풍 영입도 개의치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강희 감독도 넋놓고 있지 않았다. 그는 "서울은 지난해와 패턴이 똑같다. 공격적이라고 얘기하긴 어렵다. 선제골 싸움이 중요하다. 서울이 선제골을 넣으면 잠글 가능성이 크다"며 자존심을 건드렸다.
2년 전 두 사령탑은 밀짚모자를 쓰고 사냥총을 든 '봉동 이장(최강희)', 이를 피해 비상하는 '독수리(최용수)'로 희화화 돼 색다른 재미를 선물했다. 그만큼 두 '崔(최)씨'는 양보를 모른다. 기선제압이 걸린 개막전이다. 최강희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끝장을 보겠다며 사선에 섰다.
▶'폭풍 영입' VS '알찬 영입'
최강희 감독은 "분석은 끝났다. 4-2-3-1 또는 4-4-2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용수 감독은 스리백을 근간으로 한 3-5-2 시스템이 첫 번째 카드라고 했다. 후반 리드를 허용할 경우 포백도 꺼내들 수 있다.
전북은 최전방의 김신욱과 이동국, '트윈타워'가 어떻게 가동될 지가 관심이다. ACL 2경기에서 둘의 동반 선발 출전은 없었다. 1차전에서 이동국, 2차전에선 김신욱이 선발 출격했다. 둘은 후반 교체를 통해 함께 섰다. 서울전에서도 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공격 2선에서는 고무열 이재성 로페즈가 포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경의 경우 부상이다. 전북의 공격력은 서울과 함께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아킬레스건이 있다. 수비다. 중앙수비의 한 축인 김기희가 ACL 개막 직전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김형일과 임종은, 두 중앙수비수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 스리백 등 변칙 전술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최강희 감독은 정면돌파를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은 데얀의 가세로 공격력이 배가됐다. ACL에 이어 베스트 11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용수 감독은 ACL에서 7골을 터트린 아드리아노와 1골-1도움을 기록 중인 데얀, 투톱 조합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데박'의 한 축인 박주영은 조커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 미드필더에는 신진호 다카하기 주세종이 포진한다. 서울은 현재까지는 큰 흠이 없어 보인다. 좌우 윙백인 고광민과 고요한도 안정을 찾은 가운데 스리백인 오스마르 김원식 김동우도 견고하다. 전북과 서울의 골문은 권순태와 유 현이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폭풍 영입'과 '알찬 영입'의 대결이다. 최강희 감독은 "데얀과 아드리아노의 시너지가 무섭다. 아드리아노는 단순하다. 그러나 데얀이 키핑력이 좋고 연결이 잘되기 때문에 빨리 차단해야 한다"며 "조직력 형성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개인적인 능력으로 만들어진 조직력으로 서울을 상대할 것이다. 홈에서 개막전을 치르는 만큼 반드시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용수 감독은 "긴 시즌의 한 경기일 뿐이다. 작은 물고기를 잡으려다 큰 물고기를 놓칠 수 있다. 부담과 긴장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물론 선수들의 승부욕은 막을 수 없다. 그 강도는 전북보다 더 세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에서 순간 집중력 저하와 실수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 두 감독 모두 "지나친 긴장은 독"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예열은 끝났다. 드디어 결전의 문이 열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