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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체' 취급받는 김세진 감독, 미소짓게 하는 반전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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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했던 그림으로 가고 있습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이 미소를 지었다. 바뀐 팀 분위기가 만들어 낸 자신감이었다.

2015~2016시즌 V리그 최강자를 가리는 포스트시즌의 문이 열렸다.

18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부터 가까스로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쥔 4위 대한항공까지, 8일 열렸던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저마다 우승을 노래했다. 그런데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은 한발 물러서 있는 느낌이었다.

OK저축은행은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냈다.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하다 막판 추락했다. 부상이 컸다. 김규민 송희채 등 주전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특히 세터 이민규의 어깨 부상은 결정타였다. 이민규 대신 곽명우가 분전했지만 전력 약화를 막지 못했다. 이민규는 포스트시즌에도 출전할 수 없다. '전력의 반'이라는 세터의 부상으로 OK저축은행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김 감독은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그는 "민규 다치고 휘청거린 게 사실이다. 당연히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이를 갈고 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모든 것을 걸었다. 마지막 6라운드에서 무서운 기세를 탄 현대캐피탈과 무리한 경쟁을 하는 대신 '내려놓기'로 했다. 선수단 전체의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다. 미팅을 통해 분위기도 끌어올렸다.

조금씩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달라진 것은 선수단 분위기다. 지난 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을 거머쥐었던, 거침없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작년에 우리의 모습을 찾고 있다. 걱정하거나 두려워 하지 않고 미친 것처럼 플레이하는 모습, 그것이 연습에서 보이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선수들에게 '우리가 언제부터 강팀이었냐'는 말을 자주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외국인선수 시몬은 달라진 분위기의 중심이다. 그는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OK저축은행을 떠난다. 동기부여가 안된다는 우려도 있을 법하지만 시몬은 한국에서 유종의 미를 노리고 있다. 김 감독은 "워낙 책임감이 투철하다. 인성이 좋은 선수라 훈련장에서 가장 열심히 한다. 고맙다. 고별식을 하더니 한국에 더 좋은 이미지를 안겨주고 떠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김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은 어느 때보다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 상대팀들의 전력이 장난이 아니다. 생각했던 이상이다. 그래도 OK저축은행만의 배구로 자존심을 세우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