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또 이겼다.
오리온은 10일 울산 동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모비스를 62대59로 눌렀다. 3차전은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오리온은 남은 3경기 중 1승만 거두면 챔프전에 진출한다.
▶1쿼터=만수의 복기
경기 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차전을 복기했다. 그는 여러가지를 얘기했다. 양동근의 매치업으로 한호빈과 최진수가 번갈아 붙는 현상에 대해 "나도 그렇고, 동근이도 그렇고 별로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별 차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만큼 양동근의 역량을 믿고 있다는 의미. 3연패를 하면서 가진 상대의 수많은 집중견제를 뚫은 에이스에 대한 믿음이었다. 적응만 되면 제 경기력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또 하나 중요한 얘기가 있었다. 유 감독은 "오리온의 빠른 공격의 경우, 외곽 3점슛 찬스가 난다. 특히, 잭슨이 빠른 돌파에 의한 패스로 3점포를 이승현과 문태종에게 연달아 맞은 부분은 우리 수비 실수다. 준비를 충분히 했는데, 빅맨이 골밑에서 나오지 않아서 허용했다"고 했다. 덧붙여 "차라리 24초 공격 제한시간에 걸리는 게 낫다는 얘기를 했다. 슛을 쏜 뒤 상대에게 빠른 속공을 주는 것보다는 낫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반면,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변하는 것은 없다. 단, 이승현의 경우 외곽에 찬스가 날 때 망설인다. 여전히 골밑으로 들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 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초반부터 양보는 없었다. 1차전과 비슷한 양상. 극심한 수비전이었다. 1쿼터 2분56초를 남기고 오리온에게 의미있는 장면이 있었다. 12-14로 뒤진 상황에서 허일영이 빠른 공격에 의한 3점포를 터뜨렸다. 경기 전 그토록 강조했던 모비스의 수비 미스. 유재학 감독은 벤치에서 일어나 '이게 뭐냐'는 제스처를 취하며 선수단에 각성을 요구했다. 모비스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나왔던 장면.
하지만, 모비스는 함지훈이 분전했다. 7득점을 올렸는데, 외곽에서 적절히 던지면서, 골밑에서 파울을 계속 유도, 자유투로 득점을 적립했다. 결국 막판 함지훈의 연속 4득점으로 18-15, 3점 차 리드
▶2쿼터=극심한 수비전, 연속된 단절
두 팀 모두 공격 작업이 원활하지 않았다. 오리온은 잭슨이 2쿼터 6득점을 했지만, 단 하나의 어시스트만 나왔다. 완전히 단절된 플레이였다. 헤인즈는 7개의 야투를 시도, 2개만 성공시켰다.
하지만 모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클라크와 빅터가 공략하는 골밑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이 경우, 외곽이 적절히 터지면서, 골밑에 스페이싱이 어느 정도 나야 하는데, 2쿼터 모비스의 3점슛은 5개 시도 모두 실패.
1차전 후반에 무득점에 그쳤던 양동근은 의욕적이었다. 연속 미드 레인지 점퍼를 꽂았다. 하지만, 오리온의 집중견제로 더 이상의 득점은 없었다. 오리온 역시 조 잭슨의 연속적 골밑 돌파와 문태종의 레이업 슛이 나오면서 29-24, 5점 차의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잭슨과 최진수가 연속 트레블링을 저질렀다. 이 사이 모비스는 빅터를 이용한 착실한 골밑 공략이 성공했다. 결국 29-28, 1점 차 오리온의 리드로 전반전이 끝났다.
▶3쿼터=서서히 나타나는 수비의 균열
오리온은 여전히 헤인즈와 잭슨을 이용한 공격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집중력과 강한 대인방어를 했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됐다. 조금씩 스크린을 타는 공격자들에게 약간의 틈이 나오기 시작했다.
모비스는 빅터가 골밑에서 공을 잡자, 클라크가 하이 포스트로 이동했다. 오리온의 두 명의 수비수가 골밑에 엉키자 곧바로 패스, 클라크가 깨끗한 미드 레인지 점퍼를 성공시켰다. 혼전 상황에서 스틸한 양동근이 전준범에게 연결,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내며 36-35로 역전했다.
하지만 오리온 역시 공격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잭슨의 돌파로 역전에 성공한 오리온은 잭슨과 헤인즈의 2대2 공격이 깨끗하게 성공했다. 그리고 문태종의 돌파와 패스에 의한 이승현의 골밑 슛. 헤인즈와 잭슨을 거치지 않은 오리온의 첫번째 공격이 성공되는 장면. 게다가 44-40으로 앞선 오리온은 양동근의 미스로 2.0초를 남기고 공격권을 가져왔다. 롱 패스로 헤인즈의 골밑슛이 통과하면서 그대로 쿼터 종료. 이 부분은 확실히 의미있었다. 3쿼터 끝내기를 깔끔하게 하면서 심리적 우위를 확보했고, 박빙의 순간, 6점 차로 스코어를 벌리며 4쿼터를 맞이했다는 점이다.
▶4쿼터=끝내 3점슛은 터지지 않았다
양동근이 일단 추격의 2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잭슨의 강력한 돌파와 3점포가 잇따라 터지면서 51-44. 모비스의 1차 위기였다.
이때 양동근은 깊숙히 치고 들어간 뒤 외곽의 송창용에게 연결, 3점포가 폭발했다. 곧이어 클라크가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뒤 바스켓 카운트, 3점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다시 51-50, 오리온의 1점 차 리드.
하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 조 잭슨이 터지기 시작했다. 3점포를 터뜨리며 모비스의 추격을 차단한 그는 클라크가 백코트가 늦은 틈을 이용, 장재석에게 패스, 쉬운 득점을 만들었다. 게다가 속공 상황에서 리바운드를 잡은 뒤 또 다시 골밑슛을 터뜨렸다. 약 1분 30초 간 잭슨의 5득점, 1어시스트. 58-50. 남은 시간은 5분28초.
조금만 더 벌리면, 사실상 경기를 끝낼 수 있는 분위기. 이때 오리온은 속공 상황에서 문태종의 오버 드리블이 선언됐다. 아쉬운 찬스가 날아갔다. 이후 장재석이 골밑에서 완벽한 기회를 맞았지만, 레이업 슛이 림을 돌아 나왔다.
4분26초를 남기고 양동근이 함지훈에게 패스를 투입했다. 파울이 불렸다. 함지훈은 연속 4득점. 경기종료 1분42초를 남기고 빅터의 3점포가 터졌다. 59-60, 1점 차로 추격했다. 게다가 헤인즈의 패스미스가 나오면서 모비스의 분위기로 경기는 흘렀다. 하지만, 오리온의 수비력은 강했다. 문태종의 귀중한 2득점이 나왔고, 모비스는 오리온의 강한 압박에 견디지 못하며 24초 공격제한이 다 쓰면서도 제대로 된 슛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28초가 남은 시간 오리온의 공격권. 헤인즈의 슛이 백보드 모서리에 맞고 튀어나왔다. 다시 리바운드를 잡은 헤인즈가 슛을 성공시켰지만, 24초 공격 제한시간이 다 지난 후였다.
남은 시간은 약 4초. 양동근은 치고 들어간 뒤 3점슛을 쐈지만, 림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오리온의 승리로 끝났다.
오리온은 1, 2차전을 모두 극심한 수비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모비스는 잭슨(25득점)과 헤인즈(18득점)와 토종선수들의 단절에 성공했다. 또, 헤인즈의 봉쇄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모비스 역시 공격은 너무나 답답했다. 특히, 3점슛 성공률이 14%(22개 시도 3개 성공)에 불과했다. 접전을 펼친 사실도 신기할 정도의 저조한 야투율이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