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테박'도 고정아닙니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58)은 KBO리그에서 몇 안 되는 확실한 색깔을 가진 지도자 중 한 명이다. 한 번 믿음을 준 선수는 끝까지 신뢰하고 기다린다. 또 무엇보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때론 시간이 흘러 상황이 변했는데도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며 벽에 부딪힐 때가 종종 있었다.
9일 마산구장에서 만난 김경문 감독은 변화의 조짐을 시사했다.
기자는 "1번 김종호, 2번 박민우로 테이블세터가 굳어지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김경문 감독은 "올해는 상대방 데이터를 참고하려고 합니다. 상황에 맞게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좌우 놀이'를 싫어했다. 상대가 좌완 선발 투수를 올리더라도 타순에 좌타자를 많이 배치해 맞불을 놓기도 했다. 성공도 하고 실패도 경험했다.
"나테박 클린업트리오는 고정인가요"라고 물었다. 김경문 감독은 "그것도 문을 열어 놓고 생각할 겁니다. 고정이라고 먼저 말을 해놓고 나면 나중에 바꾸기가 힘듭니다"라고 했다.
올해 NC의 선수 구성상 테이블 세터에 김종호 박민우, 중심 타순에 나성범 테임즈 박석민을 능가할 경쟁자는 뚜렷하지 않다.
김종호 박민우는 한 시즌 40도루 이상이 가능한 KBO리그 대표 준족들이다. 그리고 나성범 테임즈 박석민은 3명이 한 시즌 100홈런과 300타점 이상을 합작할 수 있는 검증된 슬러거들이다.
'뚝심'의 지도자로 통하는 김 감독은 이 테이블세터와 클린업트리오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 김 감독은 "한 시즌을 치르면서 베스트9을 갖고 가는게 좋겠다는 건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신 이 틀 안에서도 미세한 변화를 상대에 맞게 주겠다는 것이다.
김종호와 박민우의 1~2번 타순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또 '나테박'의 순서도 선수 컨디션과 상대 투수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좌타자 나성범과 우타자 박석민이 서로 타순을 바꿀 수도 있다. '박테나' 클린업트리오로 살짝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물론 4번 타자 테임즈도 예외는 아니다.
연륜과 경험이 쌓인 김 감독은 2000년대 중후반 쉽게 말붙이기 어려웠던 두산 사령탑 시절 보다 많이 세련된 모습이다. 자신의 기본 컬러는 유지하면서 조금씩 다른 색깔들을 흡수하고 있다. 김 감독은 NC 사령탑이 되고부터 고참 선수들과의 소통에서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원=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