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발가벗었는데…."(서정원 수원 감독)
"볼 것도 없는데 뭘…."(김학범 성남 감독)
수원 삼성과 성남FC가 오는 1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앞두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K리그에서 경기도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양대산맥이라 그런지 전쟁 분위기도 제법 뜨겁다.
신경전은 이미 한 차례 치렀다. 지난 7일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다. 김학범 성남 감독(56)은 "사실 우리가 수원에 강하다. 성남 선수들은 수원만 만나면 잘 한다는 확신이 있다. 우리가 이긴다"고 서정원 수원 감독(46)을 자극했다.
클래식-챌린지 승강제도가 실시되기(2013년) 전 수원과의 통산 맞대결에서 성남은 17승19무23패로 열세였다. 하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승5무2패로 열세 구도를 대등으로 바꿔놨으니 수원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만하다.
이에 서 감독은 "우리는 작년처럼만 하겠다. 지난해 성남과의 첫 경기에서 3대1로 이겼다. 올해도 이어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지난해 수원이 첫경기 승리한 경기는 성남 원정이었다. 지난해 맞대결(1승2무1패)중 성남 원정 1승1무로 패한 적이 없다.
이처럼 '장군멍군'을 두 감독은 정보전에서는 서로 치열하게 견제하고 있다. 서 감독이 먼저 '읍소작전'을 펼쳤다. "우리는 발가벗었는데 상대는 완전히 베일에 가려있어서 대등한 싸움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 감독의 '발가벗은' 이유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전지훈련 팬서비스 때문이다. 수원은 ACL G조 조별리그 2경기를 이미 치렀다. ACL의 특성상 겨울 내내 준비한 베스트 전력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팀 성남은 그 2경기를 통해 수원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더구나 스페인 전지훈련을 할 때 가진 각종 연습경기도 만천하에 공개됐다. 국내 팬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해외 인터넷 중계 사이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노출됐다.
반면 성남은 미국 전지훈련에서 10차례 연습경기를 가졌지만 전력분석에 참고할 만한 경기영상을 전혀 노출하지 않았다. 서 감독은 "성남의 최신 버전 영상 자료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면서 "성남이 작년에 비해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는데 2015시즌 영상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나의 패를 보여주고 포커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이에 대해 '백전 승부사' 김 감독은 특유의 능구렁이 화법으로 받아쳤다. "우리 경기영상 갖고 뭘 그리 걱정하나. 그게 그건데. 작년하고 달라진 게 없다니까." 김 감독은 "나가고 들어온 선수들이 있지만 작년에 핵심으로 뛰었던 선수들은 그대로다. 어차피 그 선수들 중심으로 올해도 버텨야 하는데 크게 바뀔 것은 없다"면서 "감독들이 괜히 앓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남은 지난 겨울 외국인 선수 티아고, 피투를 비롯해 황진성 조재철 유창현 안상현 최호정을 '경력자'로 보강했고, 나머지 8명은 모두 신인이다. 김 감독은 "신인들은 아직 대·소변도 못가리는 수준이나 다름없다. 다른 이적생들도 성남의 혹독한 훈련방식에 적응하느라 바쁜데 당장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허허실실 작전을 폈다.
벗기고 싶은 서정원, 벗지 않으려는 김학범. 두 감독의 수싸움은 12일 '첫판'에서 판가름난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