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패자를 폄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지만, 독자가 궁금한 패자의 변명도 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주요한 선수의 부진, 찰나의 순간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의 선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삼아,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와 KGC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오늘의 니갱망' 주인공은 KGC 찰스 로드다.
찰스 로드는 매우 위력적인 운동능력을 지녔다. 게다가 미드 레인지 점프샷도 정확하다. 게다가 속공 가담 시 호쾌한 슬램덩크는 매우 화려하다.
삼성과의 6강 시리즈도 마찬가지였지만, KGC와의 4강 시리즈에서 그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KCC는 하승진과 허버트 힐이 골밑에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는 하승진을 공수에서 로드가 압박해야 시리즈 자체가 KGC에게 유리해진다.
하승진의 좁은 수비폭을 이용, 정교한 미드 레인지 점프샷을 꽂을 수도 있고, 하승진을 끌어낸 상태에서 골밑 돌파를 하거나, 비어있는 공간으로 패스를 투입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게다가 수비에서는 하승진과 힐의 무차별 공세를 버티면서 귀중한 수비 리바운드를 걷어내야 하는 임무가 있다. 때문에 매우 섬세하면서도 밸런스가 중요한 롤이다. 오세근이 고군분투하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운동능력에 한계가 있는 상태다. 때문에 로드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양팀의 4강 시리즈는 판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
2차전, 그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기본적으로 냉정함을 잃었다. 1쿼터 골밑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뒤에서 블록하던 하승진에게 골밑슛이 막혔다. 보기에 따라서는 반칙성 플레이로 볼 수도 있지만,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로드는 곧바로 심판진에게 강력히 항의,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KGC의 흐름에 악영향을 주는 쓸데없는 행동이었다.
2쿼터 3분16초를 남기고 하승진에게 한 파울도 쓸데없었다. 오세근이 완벽히 박스 아웃을 하면서 수비 리바운드를 거의 잡은 상황. 이때 하승진 뒤에 있던 로드는 팔로 하승진을 밀쳤고, 하승진은 그대로 넘어졌다. 심판은 당연히 휘슬을 불었다. 완벽한 파울이었다. 결국 또 다시 공격권은 KCC로 넘어갔다. 결국 파울 관리를 하지 못한 로드는 3쿼터 4분 11초, 에밋을 막다가 파울 트러블에 걸렸고, 3분 뒤 또 다시 에밋에게 파울을 범하며 그대로 퇴장 당했다. 팀의 주전 센터로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그가 오히려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경기가 끝난 뒤 KGC 김승기 감독은 "수없이 파울과 판정에 대해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항상 코트 위에서 자제력을 잃어버린다"고 고개를 떨궜다.
로드는 "개인적으로 집중력 저하가 있었다. 때문에 파울 관리가 부족했다. 분위기를 전환, 안양에서 승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흔히 로드는 대표적인 '양날의 검'을 가진 선수로 평가된다. 잘 풀리는 날에는 어떤 선수도 막지 못하는 '슈퍼 플레이'를 잇따라 만들어낸다. 하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에는 공수에서 모두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어이없는 플레이를 한다. 과연 3차전에는 로드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최대 변수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