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일정의 불균형, 누구 책임일까.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시범경기 일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LG는 주초 광주 2연전부터 시작해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원정경기 14게임이 잡혀 있다. 마지막 4경기만 홈구장인 잠실구장에서 치르게 돼 있다. 광주 원정 후 마산, 울산, 대전, 수원, 인천, 광주 원정이 이어진다. 2연전 단위로 이동하다보니,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양 감독은 "50일 가까이 전지훈련을 갔다왔는데, 2주간 다시 원정 일정이다. 2주간 전지훈련을 더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정에 가면 훈련도 충분히 못하고 여러가지로 불리하다. 어떻게 이런 일정이 나올 수 있는 지 궁금하다. 내년에 이런 부분을 KBO에 확실히 얘기하겠다"고 했다. LG는 이런 일정을 고려해 시범경기 기간에 선수단을 경기조, 훈련조를 나눴다고 했다. 박용택을 비롯해 정성훈 우규민 류제국 봉중근 등 훈련조는 광주 원정에 참가하지 않고,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 남아 훈련을 진행했다.
양 감독은 "시범경기가 비교적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시작해 서울쪽으로 올라오는 건 이해한다. 그런데 수원, 대전이랑 서울의 기온차가 얼마나 나나. 지금 잠실구장이 공사중인데, 시범경기 일정이 일찍 나오면 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확실히 다른 팀과 대비가 되는 스케줄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시범경기 첫날부터 12경기(6경기 울산), KIA와 한화 이글스, kt 위즈는 10경기를 홈에서 한다. KIA는 총 18경기 중 14게임이 홈경기다. 물론, 홈에서 집중적으로 경기를 한다고 좋은 건 아니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는 홈과 원정 경기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올해는 일정 편성에 여러가지 고려사항이 있었다. 대구 새 구장은 이달 중하순에 개장하고, 인천 문학구장은 전광판 교체 공사, 고척독은 넥센 히어로즈의 사무실 이전 기간이 겹쳤다. 이런 점을 감안하다보니, 기형적인 일정이 나온 것이다.
양 감독이 오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KBO 관계자는 "구단이 홈구장의 사용 가능한 날짜를 통보해주면 일정을 짜는데, LG 구단이 18일까지 중앙테이블석 교체, 화장실 재정비 공사가 진행돼 쓸 수 없다고 했다. 통상 시범경기 둘째주가 되면 서울경기가 가능하지만, 올해는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이 KBO를 성토할 사안이 아닌 셈이다. 매년 일정 때문에 고민을 하는 KBO가 불만이 나올 게 뻔한 스케줄을 짤리 없다. KBO 관계자는 "시범경기는 매년 3월 초 열린다. 구단들이 불만을 제기할 게 아니라, 시범경기에 앞서 공사할 게 있으면 이 일정에 G춰 마무리를 해야 한다. 구단이 책임져야할 문제다"고 했다.
KIA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16억원을 투입해 중앙 테이블 좌석을 확대하고, 외야 전광판 하단에 어린이용 놀이시설을 만드는 등 구장을 단장했다. 물론, 시범경기를 앞두고 일찌감치 마무를 했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