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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민재, '포크볼 봉인' 선언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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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포크볼은 안던집니다."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장민재(26)는 팀내에서 몇 안되는 '포크볼러'였다. 그런데 그는 2016시즌을 맞이하며 '포크볼과의 작별'을 선언했다. 팀은 물론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희소성있는 변화구지만, 과감하게 "더 이상 필요없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팔꿈치 부상 위험이 있는 포크볼을 던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타자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구위의 향상, 그리고 대체 변화구의 개발 덕분이다.

장민재는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9 드래프트 2차 3번으로 입단한 뒤 2010년부터 1군 무대에서 뛰었는데, 2011시즌을 마치고 일찌감치 군에 입대해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포크볼을 비롯해 꽤 다양한 변화구를 던져 "손재주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던 투수다. 하지만 군입대 이전까지 잠재력을 확실히 발휘하진 못했다. 가능성만 예고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팀에 돌아온 뒤에도 장민재는 여전히 가능성을 피워내지 못했다. 그는 "군 제대 후 의욕이 무척 컸다. 연습 때는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공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서다보니 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2015시즌을 아쉬워했다.

그런 아쉬움이 올해는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장민재가 달라졌다. 김성근 감독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며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그 증거가 시범경기 첫 게임인 8일 대전 넥센전에 드러났다. 이날 장민재는 선발 김용주에 이어 4회부터 등판해 2이닝 동안 35개의 공을 던지며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삼진을 4개나 곁들였다. 이날 4대2로 경기에서 이긴 뒤 김 감독은 "투수 중에서 장민재가 특히 잘 던졌다"는 평가를 했다. 전체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장민재의 활약을 언급한 것이다.

이런 기량 향상은 혹독한 훈련과 치열한 자기 반성 그리고 김 감독의 엄격한 지도에 의해 완성됐다. 장민재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후 곧바로 일본 피닉스 교육리그(10월)에 이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11월), 고치-오키나와 스프링캠프(1, 2월)까지 쉴 새 없이 뛰었다. 그 과정을 통해 투구폼 개조와 구위 향상에 매달렸다. 김 감독은 그런 장민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시켰다. 때로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장민재는 당시의 경험을 "정말 치열했다. 어떨 때는 쌍욕을 듣기도 했다. 그런 과정이 나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장민재는 두 가지가 바뀌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포크볼과의 작별'이다. 장민재는 "이제 굳이 포크볼을 던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래로 떨어지는 다른 구종이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그 대안은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다. 장민재는 넥센전 때 35개의 공을 던졌다. 20개를 던진 직구 최고구속은 141㎞까지 나왔고, 15개를 던진 변화구는 커브(1개)와 슬라이더(12개), 체인지업(2개)으로 채웠다. 실제로 포크볼을 던지지 않았지만, 다른 변화구만으로도 넥센 타선의 헛스윙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장민재의 두 번째 변화가 드러난다. 겨우내 김 감독과 씨름하며 만든 투구폼이 구위를 끌어올린 것. 장민재는 그간 하체 중심이동을 원활하게 하지 못했다. 그 결과 공을 던질 때 스로잉 동작이 작았다. 하체가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릴리스를 하는 바람에 공에 힘을 충분히 싣지 못했다. 이걸 고쳤다. 장민재는 "때로는 3루에서 1루까지 먼거리를 던지는 연습을 하면서 하체 중심이동을 몸에 익혔다.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장민재는 확실히 변했다. 비록 포크볼은 봉인했지만, 더 강한 구위를 장착했다. 이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올해 한화 투수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