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국 관객의 균형감각은 무섭다. '명량' '암살' '베테랑' 등 블록버스터에 무한한 애정을 쏟는가 하면 어느 샌가 '워낭소리'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 등 작은 영화에 힘을 싣는다. 다양한 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한국 관객이야말로 한국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작품이 또 하나 등장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달 24일 개봉한 '귀향'은 지난 6일에만 23만1963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 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누적관객수는 260만4677명이다. 스크린수 역시 여느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846개관을 가져갔다.
▶개봉까지 우여곡절, 관객이 살렸다!
'귀향'은 어느 면으로 보나 개봉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제작부터 쉽지 않았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조정래 감독은 14년동안 제작을 준비했지만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았고 무려 7만 3164명의 네티즌들이 십시일반 제작비를 모아 개봉을 할 수 있었다. 손숙 정인기 오지혜 등 출연배우들은 재능 기부로 영화에 참여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포천에서 크랭크인해 6월에 총 44회차 촬영을 끝마쳤다.
개봉을 기다리면서는 민감한 소재 때문에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귀향'의 배급을 맡은 와우픽쳐스 관계자는 "지난 해 완성한 작품이지만 개봉 시기를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위안부를 소재로한 작품이라 굉장히 조심스러웠다"고 귀띔했다. 개봉일을 잡고 나서는 두려움이 앞섰다. 이 관계자는 "개봉이 결정됐지만 스크린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봉 며칠 전부터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SNS를 중심으로한 여론이 '귀향'을 '꼭 봐야하는 영화'로 선택했고 예매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극장들도 스크린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개봉 전 100개 였던 상영관이 어느 새 300개가 되더니 개봉일에는 513개로 늘어났다. 이렇게 작은 영화로서는 쾌거에 가까운 일이다.
▶1000만 기적, 꿈은 아냐
'귀향'의 선전은 다른 블록버스터를 눌렀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귀향'의 개봉 전, 극장가는 황정민 강동원의 '검사외전'이 장악하고 있었다. '검사외전'은 1000만을 향해 순항중이라는 표현이 옳을 만큼 급격하게 관객을 불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귀향'이 개봉한 후 뜻밖에 복병을 만나 1000만 눈 앞에서 주춤하고 있다. '귀향'보다 일주일 앞서 개봉한 '데드풀'은 1주 천하가 돼버렸고 '청불 외화 역대 2위'에 만족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귀향'은 스크린수 걱정보다는 어떤 기록을 세워갈 것인가가 더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48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님아'는 186개관을 잡고 개봉했다. 때문에 개봉 첫주에는 10만 관객을 넘기지 못했다. 290만명을 모아 역대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2위에 랭크돼 있는 '워낭소리'는 개봉할 때 고작 6개관이 상영을 했고 개봉 첫주에 1만 관객을 넘기지 못했다. 이들은 입소문으로 점점 관객을 늘려간 케이스다.
하지만 '귀향'은 개봉 때 이미 500개 관을 넘었기 때문에 '님아'의 기록을 쉽게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관계자들은 "500만 관객은 이미 기정사실인 듯하고 뒷심을 발휘한다면 1000만도 바라볼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최대 극장 사업자 CGV에서는 아직도 예매율이 16.5%나 된다.
이같은 선전은 물론 관객의 힘이다. 누가 '억지로' 보라고 하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하는 영화가 된 '귀향'은, 좋은 영화를 알아서 찾아가는 관객들에 의해 큰 흥행을 하게 됐다. 이같이 흥행중인 '귀향'이 1000만 관객을 기록하는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