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초반 적응 단계를 거치고 있다. 미네소타 박병호가 초반 부진을 보이다가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김현수는 18타수 연속 무안타의 부진에 빠져있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LA 에인절스의 최지만도 초반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4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은 초반부터 좋은 모습으로 팀에 눈도장을 받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대학팀과의 연습경기서 1이닝을 깔끔하게 막은데 이어 6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시범경기에 첫 등판을 해 1⅓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깨끗한 피칭을 했다. 3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등판한 오승환은 J.T 리얼무토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해 위기를 넘긴 뒤, 4회말엔 3명의 타자를 가볍게 처리했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배트의 중심에 맞은 타구가 없었다"며 "그의 공은 상하좌우를 고루 움직였다. 스피드에 변화를 줬고, 움직임도 좋아보였다. 오승환이 아웃을 잡아낼수록 우리도 그를 사랑하게 될 것"며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놓았다.
이대호는 3경기만에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이대호는 지난 6일 LA 에인절스전서 8회초 대타로 나와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로 메이저리그 데뷔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다. 7일 텍사스와의 경기서는 선발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지만 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서 교체 출전해 장쾌한 솔로포를 터뜨렸다.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이 경기후 "파울볼에 무릎을 맞았지만 곧바로 다음공을 쳐서 480피트(146m)를 날렸다. 엄청난 힘이었다. 경기에서 이대호의 힘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오승환과 이대호가 시범경기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이 둘이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점령할 청신호가 켜졌다. 이제껏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거친 선수는 이상훈 구대성 이상훈 등 3명이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정착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상훈은 보스턴에서 2000년 11⅔이닝만 던져 평균자책점 3.09의 성적을 거뒀고, 구대성은 2005년 뉴욕 메츠에서 23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임창용은 2013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날아갔지만 단 5이닝 피칭에 평균자책점 5.40의 성적만 올리고 2014년 삼성으로 돌아왔다.
한국과 일본을 거치면서 30대가 넘은 나이에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이대호와 오승환도 82년생으로 벌써 34세다. 비슷한 성적이라면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오로지 성적 뿐이다. 일단 시범경기서는 한국과 일본에서처럼 좋은 모습으로 연착륙하고 있는 이들이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정복하는 선구자가 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