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몫까지 해내고 싶다."
지난달 목포 전지훈련 현장,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최종 엔트리 발표 이튿날 만난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이구동성 '언니들의 꿈'을 노래했었다.
윤덕여호는 조소현 전가을 유영아 김도연 권하늘 이은미등의 '88라인'이 리더 역할을 자임해왔다. 20세 이하 월드컵 3위 멤버인 지소연 임선주 김혜리 등 '90라인'이 허리 역할을, 여민지, 신담영, 이정은 등 17세 이하 우승 멤버인 '93라인', 이금민 장슬기 이소담 등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8강 멤버인 '94라인'이 막내로 뒤를 받쳐왔다.
대한민국 여자선수 첫 센추리클럽을 달성한 미드필더 권하늘, 캐나다여자월드컵 무대에서 맹활약했던 수비수 이은미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리우올림픽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멀티플레이어' 심서연도 십자인대 부상 후 재활로 인해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88년생들은 올해 한국나이로 스물아홉이다. 20대 후반인 이들에게 리우올림픽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다. 여자축구에 대한 무관심 속에 공 하나, 그리고 자신만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하나로 똘똘 뭉쳐 베오그라드유니버시아드 우승, 광저우-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등 여자축구의 역사를 또박또박 써왔다. 리우올림픽 도전은 이들에게 반드시 가야할 길이자 이뤄야할 꿈이다. 남은 후배들은 "언니들을 위해 한발 더 뛰겠다"고 결의했다. 언니들과 함께할 첫 올림픽이자, 한국 여자축구의 새길을 연 이 멤버들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는 절실함이다.
임선주 김혜리 서현숙 이민아 등 후배들은 하나같이 '언니들의 꿈'을 이야기했다. 이민아는 "정말 힘들게 훈련해왔다. 모두 절실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 리우행 티켓을 꼭 따고 싶다"고 했다. "언니들에게 올림픽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여자축구의 역사를 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앙수비수 임선주도 "우리가 티켓을 따서 언니들과 모두 함께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자축구 A매치 100경기를 뛴 (권)하늘언니는 여자축구의 레전드다. 남자축구로 치면 박지성급이다. 누가 뭐래도 하늘언니는 레전드이자 영웅이다. 언니를 위한 무대를 꼭 다시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수비수 김혜리는 "4년전 올림픽 예선을 치를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동생들은 앞으로도 기회가 있지만 88년생 이상 언니들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90~91년생인 우리 역시 다음 올림픽때는 서른살이 된다. 지금이 우리들의 전성기다. 꼭 꿈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비수 서현숙 역시 "(이)은미언니, (권)하늘언니, (여)민지 몫까지 하고 싶다. 골을 안먹는게 가장 중요하다. 공격 상황시에는 공격의 시작점이라는 책임감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 "고 했다.
지난해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을 달성한 이후 모처럼 여자축구 열기가 달아올랐다. 이들은 "2010년(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 20세 이하 월드컵 3위)에도 후끈 달아올랐다가 열기가 식어버렸다. 우리가 끊임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계속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우올림픽에서 여자축구의 열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 역시 애제자들이 새 역사를 써주기를 열망한다. "일단 첫발자국을 떼어야 두발자국, 세발자국도 간다"고 했다. "88년생들에게는 이번이 아니면 안된다는 절실함이 있다. 이들에게는 선수로서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권하늘, 이은미 선수 모두 언제든 대표팀에 다시 들어와도 문제없는 좋은 선수들이다. 컨디션을 회복하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역사를 창출한다는 것, 누군가가 새로운 길을 열어간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도전만으로도 큰 의미다. 우리가 그 일을 하면 좋겠다. 월드컵에서 그랬든 올림픽에서도 새역사, 새길을 여는 세대가 돼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팬들의 생각에서 지워질 수 있지만 역사의 현장은 영원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7일 오후 4시35분 일본 오사카 얀마스타디움에서 펼쳐질 리우올림픽 최종 예선 4차전 중국전은 사실상 '마지막 승부'다. 한국은 3경기에서 2무1패다. 북한(1대1무), 일본(1대1무)과 비겼고 호주(0대2패)에 졌다. 승점 2점으로 호주(승점 9), 중국(승점 7), 북한(승점 5)에 이어 4위다. 자력 진출은 불가능하다. 중국, 베트남을 모두 이긴 후 다른 나라의 상황을 살펴야 한다. 중국에 패할 경우 탈락이다. 상위 1-2위, 2개국만 리우행 티켓을 가져간다. 3연승을 달린 호주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국이 2연승할 경우 승점은 8이다. 한국이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중국과 북한이 2연패를 해야만 극적으로 올림픽 본선에 나설 수 있다. 중국과의 역대 전적은 4승5무24패, 최근 5경기에선 2승1무2패로 팽팽했다. 사상 첫 올림픽에서 언니들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던 후배들의 도전이 시작된다. 여자축구의 새 역사를 열 수 있을까. 마지막 사활을 건 승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