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는 엇갈렸다. 다만 저마다 해석은 달랐다. 아직은 경기가 조금 남아있다.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는 기미가 역력했다.
5일 열린 레스터시티, 토트넘,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경기가 끝났다. 레스터시티는 웃고 토트넘은 울었다. 아스널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3팀 감독들의 이야기에서도 각자의 사정을 잘 느낄 수 있었다.
▶표정관리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레스터시티 감독은 표정관리 중이다. 레스터시티는 왓포드 원정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60점을 마크하며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2위 토트넘과의 승점차도 5점으로 벌렸다.
라니에리 감독은 "레스터 선수들의 우승 열망은 대단하다"면서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그는 "현재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ㅌ트넘과의 승점차는 아직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라니에리 감독은 아직 1부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칼리아리를 이끌고 세리에C1, 피오렌티나를 이끌고는 세리에B와 코파이탈리아에서 우승했다. 발렌시아의 수장으로서는 코파델레이를 석권했다. 라니에리 감독에게 1부리그 우승은 마지막 남은 숙제다.
▶허탈감
"승점을 잃은 느낌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실망스럽다고 답한 그는 "승점을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토트넘은 아스널과의 북런던더비에서 2대2로 비겼다.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상승세였고 홈에서 경기가 열렸다. 이긴다면 그 승점은 대단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3위 아스널과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승점 3점이 아닌 승점 6점의 의미였다. 여기에 그동안 아스널 우세로 점철된 북런던 더비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 경기 중 아스널 선수 1명이 퇴장하며 수적인 우세도 잡았다. 하지만 2-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다잡은 대어를 놓쳤다. 포체티노 감독은 "우리가 주도했지만 실점을 내준 것은 실망스럽다"고 했다.
결국 경험부족이 컸다. 북런던 더비가 시작되기 전 언론들은 토트넘의 경험부족을 걱정했다. 중요한 길목 그것도 북런던 더비는 심리적인 중압감을 이겨내야 한다. 선수들의 경험이 절대적이다. 현지 언론은 결국 이번 경기 무승부도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포체티노 감독은 애써 부정했다. 그는 "경험부족은 이번 결과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허탈감을 숨길수는 없었다.
▶안도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으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 시작 전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아스널은 최근 3연패 중이었다. 스완지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진 뒤 아스널 팬들은 벵거 감독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아스널의 전설 티에리 앙리도 "팬들이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것은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만약 토트넘에게 진다면 아스널 감독 자리가 위태해질 수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스널은 승리와도 같은 무승부를 일궈냈다. 경기 중 1명이 퇴장했다. 1-0으로 이기고 있다가 내리 2골을 내줬다.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투혼을 발휘해 2대2를 만들었다. 1위 레스터시티가 승리하며 멀리 달아났지만 그래도 반전의 여지는 남아있다.
벵거 감독은 "리그 우승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패배를 거부했다"며 "10명으로 싸웠다. 힘들었지만 선수들은 좋은 태도와 끈기를 보여줬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벵거 감독은 "오늘 이겼다면 가능성이 높아졌겠지만 모두가 승점을 잃는다.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훗날을 다짐했다. 런던=이 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bbadag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