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주변에 의해 행복해지고 그렇게 받은 사랑으로 스스로를 가꿔나간다. 모델이자 배우로 20대를 살다 서른 중반에 이른 지금 영화 감독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MC로 음악인으로 부지런히 지평을 넓혀나가는 이영진을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이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도전을 했으나 하나 하나의 성취에 연연해하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한 이영진의 인생 철학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영향이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시즌1을 통해 그녀 주변의 모델, 디자이너 등 다양한 패션계 인사들을 소개해준 이영진은 자신의 인생을 그려온 궤적들을 채워준 패션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을 이 자리에 초대할 계획이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시즌2 일곱 번째 주인공은 모델 이요백. 축구 유망주로 독일에서 축구 유학을 했던 그는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만 했다. 패배의 심정으로 군대에 간 그가 제2의 인생을 꿈꾸게 된 것은 모델 김원중 때문이었다.TV 속에 등장한 김원중은 군인 이요백에게는 너무도 특별해보였다. 이후 모델을 하겠다 마음 먹은 그는 축구를 하던 그 때처럼 무작정 단순히 가로수길로 갔다. 운인지 운명인지 그는 그곳에서 모델로 캐스팅 된다.
세상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는 아버지의 바람이 이요백 이름 석 자에 실려있다고 한다. 아버지의 바람을 현실화해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영진(이하 이)-원래는 축구를 했다고 들었어요.
▶이요백(이하 백) : 21살까지 4년 동안 독일에서 축구를 했죠. 국가대표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유망주였어요. 하지만 발목이나 무릎 부상이 잦았고 그러다 결국 접어야 할 정도가 됐어요.
이-축구할 때도 패션에 관심이 많았난요?
▶백: 없지는 않았어요. 독일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독일은 실용적이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한 벌을 오래 입죠. 안전에 유의하는 독일 사람들은 비 오는 날 형광색이 많이 들어간 옷을 입는 편이에요. 한참 내 스타일을 찾을 때 그런 독일 10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전혀 다른 분야인 모델은 어떻게 생각해보게 됐나요?
▶백: 독일을 다녀와 이것저것 해 보다 주변에서 제안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죠. 하지만 별 생각없었고 군대를 가게 됐어요. 아무래도 군대는 제한된 것이 많잖아요.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군인에게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커보이더라고요. 하루는 TV에 모델 김원중이 나온 것을 봤어요. 멋있었죠. 그렇게 제 스스로도 모델일을 생각해보게 됐어요.
이-그러다 모델일을 하게 된 과정은요?
▶백: 친구들에게도 '나 모델 해보면 어떨까' 물어보면 다들 '특이하게 생겨서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못 먹어도 고다' 싶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니까, 전역을 하고 핫하다는 가로수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모델들은 다 가로수길에 사는 줄 알았어요(웃음). 처음에는 애견카페에 알바 지원을 했는데 나름 예쁘게 차려입고 갔더니 '왜 옷을 그렇게 입고 왔냐' 하더군요. 상처받아서 알바를 안갔어요(웃음). 그러다 결국은 신사동 문구점 알바를 하다 캐스팅이 됐죠.
이-첫 작업이 노앙이었어요.
▶백: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캠페인만 찍었어요. 어떻게 준비 해야 할 지 몰라 머릿속에서 연습을 해봤어요. 옷과 잘 어울리는 음악을 추려 알바하면서 들어봤죠. 그게 통했는지 (촬영 할 땐) 처음 하는 애가 많이 움직인다고 좋게 봐주셨어요.
이-모델 외에 음악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요. 연기도 도전해봤죠?
▶백: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해요. 멜로디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고 조금씩 붙여서 만들기도 하죠. 최근에는 키보드를 사서 작업을 하고 있고, 또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요. 또 단역으로 연기도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운동할 때 깨달은 게 있는데 고집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걸 드러낸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내 위치와 내 마음이 다르면 거기에서 오는 상처도 크고 잘 되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를 꼭 해야 돼'라는 생각에 너무 얽매이지는 않아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감 있게 표현하고 마음 편하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이-참, 그러고보니 이름이 특이한 편이에요.본명인가요?
▶백: 아버지가 지어주신 본명이에요. 아버지가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하셨어요. 이름을 잘 지으면 아들이 잘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예전에 아빠가 제 생일에 '1992년에 아들이 생겼다. 백범 김구 선생, 흑인 야구 선수 행크 아론의 영감으로 나만의 아들 이름을 유일무이하게 지었다. 그게 요백이다. 원칙과 지혜가 있어 무리함 없이 평온할 것이며 위기에 낙담하지 않으며 잔다르크처럼 마호메드처럼 그리고 달처럼 내 아들이 지혜로 살리라'라는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시대적으로 난 사람, 특출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전화번호를 다 뒤져 없는 이름의 조합을 찾았고 그 이름에 한자를 입힌 거예요. 빛날 요에 만 백자. 가장 빛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살면서 저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이-세상 유일무이한 존재, 이요백이 영감을 받는 것이 궁금하네요.
▶백: 사람들로부터 받아요. 지나가다 어떤 할아버지가 예쁘게 옷을 입고 계신 것을 봤을 때 나도 그래야겠다 싶어지죠. 배우들 중에서도 얼굴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짐 캐리나 마이클 패스벤더, 김수현이 얼굴을 활용하는 것을 유심히 봐요. 그 사람이 어떤 상태에서 그런 표정을 보여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따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요백이 보여요.
이-2016년도의 목표는요?
▶백: 일단은 배우로 시작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모델로 더 성장하고 배우로 연결되는 시작을 잘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도 가고 싶고요.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