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 스트라이커' 자리는 2016년 K리그 클래식을 앞둔 울산 현대가 보강에 공들인 포지션 중 하나다.
지난 시즌 최전방에는 김신욱-양동현 '더블타워'가 버티고 있었지만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2선 공격을 책임져줄 자원이 부족했다. 시즌 초반 제파로프가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기대 이하였다. 윤 감독은 제파로프를 중앙 뿐만 아니라 왼쪽 측면까지 기용하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대안이 되지 못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합류한 코바가 측면과 중앙을 두루 커버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방편'보다는 확실하게 자리를 책임져 줄 선수가 필요했다.
올해 윤 감독이 뽑은 카드는 서정진(27)이었다. 지난해까지 수원 삼성에서 활약한 서정진이 맡은 자리는 주로 측면이었다. 하지만 중앙에서 보여준 기량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윤 감독은 서정진이 중앙에서 보여준 가능성이 주목했다.
강팀과 강팀 간의 임대는 흔치 않다. 상위권을 넘어 우승 경쟁을 해야 할 처지라면 더욱 그렇다. K리그는 1~6위와 7~12위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는 스플릿 세상이다. 한 걸음만 삐끗해도 낭떠러지행이다. 그만큼 울산의 의지가 강했다. 새로운 도전을 원하던 서정진과 울산의 의지가 맞물리면서 1년 임대가 성사됐다.
서정진의 중요성은 울산의 당초 구상보다 훨씬 높아졌다. 양동현이 포항으로 이적한데 이어 김신욱까지 전북 현대로 떠나면서 '더블타워'는 무너졌다. 빈 자리는 이정협과 박성호로 채워졌다. 하지만 플레이 특성상 '더블타워'보다는 '역할 분담'에 무게가 실린다. 중앙에서의 2선 마무리 뿐만 아니라 김인성 한상운 코바 베르나르도가 주도할 측면 공격까지 조율해야 하는 서정진의 초반 활약이 울산 공격에 큰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확한 킥력을 앞세운 서정진이 세트피스에도 적극 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래저래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정진은 일찌감치 몸을 만들었다. 1월 중순 울산 선수단에 합류한 서정진은 태국 치앙마이와 일본 가고시마로 이어지는 팀 동계 전지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면서 일찌감치 윤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서정진은 "안에서 본 울산의 전력은 더 강력해 보인다. 윤 감독님은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내 재능을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클래식 개막을 앞두고 서정진은 울산 동구 연습구장에서 동료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정진이 울산의 명가 부활을 이끌며 '임대 신화'를 쓸 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