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에게 받은 제대혈 줄기세포를 불법으로 유통한 업체와 환자에게 멋대로 이식한 의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제대혈 줄기세포를 불법으로 이식한 혐의(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A대학병원 등 13개 병·의원 의사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불법 이식 제대혈 줄기세포를 제조한 H제대혈은행 전 대표 한모(59)씨와 이를 병·의원에 유통한 업체 관계자 8명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의사들은 자신의 소속 병원이 '제대혈 이식 지정 의료기관'이 아닌데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환자들에게 제대혈 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으로 이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이 환자에게 받아 챙긴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비는 1회 3유닛(240∼300㏄)에 2000만∼3000만원이었다. 조사 결과 루게릭병, 치매, 암 등에 걸린 환자가 절박한 마음에 거금을 들여 제대혈을 이식받았지만, 불법 시술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한 일부 부유층 고객은 노화방지 목적에서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식된 제대혈 줄기세포는 제대혈은행 전 대표 한씨가 2003∼2011년 제조한 1만5000유닛(시가 1000억∼1500억원) 중 일부이다. 이는 대부분 산모들이 한씨의 제대혈은행에 보관을 맡긴 것이다. 한씨는 유닛당 100만∼200만원을 받고 유통 업체와 병·의원에 공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대혈은 '제대(탯줄) 속에 흐르는 혈액'으로, 임신부가 신생아를 분만할 때 분리된 탯줄이나 태반에 들어 있다.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혈액 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많이 포함해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정부는 2011년 7월 시행된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 의료기관에서만 이식 치료를 허가했다. 보관은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 등 17개 의료기관, 시술은 부산백병원 등 40여곳에서만 가능하다. 지정 의료기관 외에 제대혈을 사고파는 것은 불법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